[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드라마 제작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서 드라마를 만드는 업계 종사자들이 지난 2년간 큰 고충을 겪었음을 인정한다. TV 드라마의 안전한 제작을 위해 모두가 합심해 피 땀 흘린 시간을 알고 있기에, '최악의 드라마'를 선정하는 과정이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드라마계에서는 지금껏 없었던 유일무이한 사태가 있었고, 그로 인해 '최악의 드라마'도 압도적으로 순위가 가려진만큼 소개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조선구마사', '최악의 드라마' 못 피한 역사왜곡 논란
SBS '조선구마사'는 총 75표를 얻어 '2021년 최악의 드라마' 1위에 선정됐다.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직접적인 항의로 드라마가 닷새만에 폐지된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태종이 악귀와 손을 잡고 조선을 건국하고 환시에 시달려 백성을 학살하는 인물로 그려진데다가, 조선의 기방과 먹거리가 고증 없이 중국식으로 꾸며지면서 역사왜곡과 동북공정 논란에 휘말린 게 논란의 시작이었다.
특히 박계옥 작가가 '조선구마사' 전작 '철인왕후'에서도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렸고, 그가 집필에 참여한 영화 '천군'에서도 이순신 장군이 밀수꾼으로 그려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는 커졌다. 청와대 국민 청원 동의 인원이 21만명을 넘어서고, '조선구마사' 협찬 기업들이 '손절'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5천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결국 첫 방송 닷새 만인 3월 27일 '조선구마사'는 폐지를 알렸다. SBS를 필두로 신경수 PD, 박계옥 작가, 출연 배우 감우성 장동윤 박성훈 등은 잇따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선구마사'는 한국 콘텐츠 사업 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콘텐츠 제작업계가 지녀야 할 역사적 덕목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K-콘텐츠에 중국 자본의 물결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반발감, 중국 기업의 무차별 PPL, 실존인물 역사 왜곡으로 인한 국민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 그 상처로 인한 분노가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는지 보여줬다.
◆'펜트하우스'·'인간실격'·'결사곡', '공감' 없으면 드라마도 없다
지난해와 올해를 휘몰아쳤던 SBS '펜트하우스'는 시즌3의 어처구니 없는 결말로 43표를 얻어 '최악의 드라마' 2위에 올랐다. 김순옥 작가의 전매특허인 '사이다 권선징악'은 간 데 없고, 오윤희 천서진 심수련 주단태 하윤철 로건리 등이 모두 죽음을 맞는 결말로 1년 반 동안 TV 앞을 지켰던 시청자의 뒤통수를 쳤다. 그에 비해 배우들은 스토리까지 납득시키는 연기력으로 '연기력이 아깝다'라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유진 김소연 이지아 등 주연 3인방은 다양한 광고를 통해 대중을 만나고 있고,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은 tvN '해치지 않아'로 예능 케미스트리를 발산하고 있다. '펜트 키즈'로 꼽히는 김현수 진지희 김영대 한지현 최예빈 등도 차세대 라이징 스타로 손꼽히고 있으니, '펜트하우스'의 시청률과 화제성은 단연 상당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전도연 류준열의 만남으로 올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JTBC '인간실격'이 17표를 획득해 3위에 랭크됐다. '인간실격'은 1%대 시청률을 이어오다 마지막회 2.435% 시청률을 기록, 초반 기대감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인간실격'은 어둡고 깊은 스토리로 인해 대중의 호불호가 크게 갈린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초반 엄청난 기대감으로 인해 결과물에 대한 아쉬움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임성한 작가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역시 10표를 얻어 4위에 랭크됐다. 사피영 역 박주미의 엄청난 대사 암기가 빛난 회차로 화제를 모았으나, 임성한 작가 특유의 '막장 전개'가 여전히 불편하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KBS 2TV '신사와 아가씨', JTBC '시지프스'가 7표, tvN '홈타운' '슬기로운 의사생활2', OCN '다크홀', '루카'가 각각 5표를 얻으며 뒤를 이었다. 또 '알고있지만', '이미테이션'이 4표를 얻었으며, '허쉬', '언더커버', '너는 나의 봄', '킹덤 아신전'이 2표를, '악마판사', '멸망', '유미의 세포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간 떨어지는 동거'가 1표씩 획득했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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