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배우 라미란이 코미디를 넘어 정극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JTBC '나쁜 엄마'에서 가난의 고통을 되물림 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살며 나쁜 엄마를 자처하는 진영순 역을 맡은 라미란은 위암 판정을 받고 아들 최강호(이도현 분)와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서는 아름답고 모진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에게 감동과 눈물을 안겼다.
라미란의 흠 없는 연기력, '괴물'을 연출한 심나연 감독, 영화 '극한직업', '완벽한 타인' 배세영 작가가 의기투합해 선보인 '나쁜 엄마'는 종영을 앞두고 시청률 10%를 넘기며 너른 인기를 입증했다. 라미란은 최근 진행된 '나쁜 엄마'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행복한 결말에 만족한다"며 기쁨을 전했다. 아래는 라미란 일문일답 전문이다.
◆이도현과 첫 호흡 맞췄는데 어땠나.
너무 좋았다. 내가 만난 아들들 중에 제일 좋았다. 오랜 시간 호흡하면서 티키타카가 너무 잘 맞았다. 오랜만에 눈 보면서 연기하는 배우였다.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었기 때문에 장난치다가도 확 연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도현은 앞으로 훨씬 더 잘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서로의 눈물버튼이었다. 그런 짠함이 있었다.
◆라미란 하면 유쾌한 이미지인데 이번 역할로 변신에 성공했다.
진중한 역할을 하면 잘 안돼서. 하하. '나쁜 엄마'같은 경우에는 내게서 코미디를 없앤 작품이다. 시청자 분들이 '라미란 배꼽 도둑이나 할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하고 봐주시는 거니까. 뭐든 잘 돼야 하는거다. 이건 잘 될 줄 알았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계속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잘 안되더라도 우리에겐 너무 좋은 웰메이드 작품이었고.
◆실제로 가족같은 이웃이 라미란에게 있나.
나이 들어갈수록 없어진다. 한 두명만 있어도 성공한거라고 하는데, 모든걸 다 털어놓고 오픈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없는 것 같다. 내가 워낙 내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이다. 사실 비밀을 다 공유한다고 친한 건 아니지 않나. 캠핑 친구 김숙도 있고.
◆20대 연기에 도전해 화제였다.
내 역할에 20대 친구를 넣게 되면 그럼 마을 분들도 다 젊게 가야했다. 배우가 바뀌는게 이질감이 들 것 같아서 무리지만 20대 연기도 하기로 결정했다. 분장팀들이 힘들었을 거다. 그래도 자신 있었다. 피부 조금만 밀어주시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조진웅이 있어서 든든하게 연기했다.
◆조진웅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동생인데 오빠같은 느낌이 있었다. 조진웅 덩치가 커서 내가 여리여리해보여서 너무 좋았다. 조진웅은 특별 출연이었는데 힘든 촬영을 오랜 회차 하게 돼서 감사했다. 조진웅이 나에게 '저만 믿으세요'라고 말하던데 든든하더라. 화면으로 봐도 나름 잘 어울리더라.
◆라미란의 어머니는 어떤 분이신가.
우리 엄마는 연세가 꽤 있으셔서 여든이다. 자식에게 다 퍼주는 전형적인 옛날 어머니였다. 어렵게 살아서 일찍 출가하고 어머니도 고생을 많이 했다. 나도 챙김 받지 못하고 방임형으로 키워진 사람이다. 그러니 자연히 내 아이에게도 그렇게 힘들게 할 수 없더라.
◆영순은 아픔, 상처 속에서도 본인이 만족과 행복을 찾아내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라미란은 아픔을 어떻게 이겨내나.
나도 파란만장한 인생 살았지만 긍정적인 성격이라 골치 아픈 고민 안 하고 논다. 그리고 대본 본다. 대사만 외워서 가면 촬영장에서 다 만들어주신다. 이 재밌는 일을 하니까 행복한거다. 녹초가 돼서 집에 들어와도 이 일이 재밌고 행복한거다. 작품을 하며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니까 재밌다. 내가 언제 영순같은 인생을 찾아보겠나. 이런 환희를 우리 아들에게선 느낄 수 없는거다. 작품을 하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인간 라미란으로서도 너무 행복하다.
◆요즘 40, 50대 여배우 활약이 좋고 연기의 스펙트럼도 정말 넓어지고 있다. 이 시기를 직접 겪는 동년배의 여배우로서 어떤 마음 드나.
언니들 뒷배가 든든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에게 공감을 많이 해주고 재밌어 해준다. 이제 나도 시류에 편승해서 잘 살아남기를 바랄 뿐이다. 안주하지 않아야 하니 쉬지 않고 일 하려고 한다. 오래 오래 일하려고 한다.
◆혹시 위암 연기를 위해 다이어트를 했나.
죄송하지만 다이어트에 실패했다.
◆송은이 김숙이 최근 팟캐스트에서 '라미란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멀어진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송은이와 얼마 전 통화 했다. 전화 받자마자 '영순이 죽어?' 죽냐고' 하더라. 그래서 '행복합니다. 행복해요' 했다. 펑펑 울었다는걸 보니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다. 이렇게 내 작품에 주변 사람들이 콜백이 온 게 오랜만이다.
◆남편 반응은 어떤가?
우리 가족은 내가 나온 걸 거의 본 적 없다. 시간이 없다. 아들은 게임 해야 하고 남편은 핸드폰으로 소설 듣고 있다. TV를 틀어놔도 안 본다. 나만 본다. 그래서 너무 편하고 좋다. 조진웅과 뽀뽀하는 거 나온 뒤엔 아들 보기도 그렇고. 하하. 그냥 아무 말 안 해주는게 편하다.
◆항상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요즘의 '최애'는?
요즘은 르세라핌이나 에스파가 좋다. 또 '나쁜 엄마' OST에 빠져서 이문세 폴킴 멜로망스 김푸름이 너무 좋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엉망이다. 원래 코어 힘이 좋은지 여태껏 버틴거다. 조금씩 무너지는게 느껴진다. 먹고 자고만 하니까 이젠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연기자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죽을 때까지 하는거다. 온전한 정신으로 연기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옛날부터 내 꿈이었다. 길게 가는게 목표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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