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고품격 엔터테인먼트 경제지 조이뉴스24가 창간 19주년을 맞아 9월18일부터 25일까지 2023년을 빛낸 드라마, 예능, 영화, 배우, 가수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엔터테인먼트사·방송사 재직자, 영화 및 방송 콘텐츠 제작자, 연예부 기자 등 업계 종사자 200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를 부문별로 소개한다.[편집자]
올해 TV와 OTT 드라마는 다양한 소재와 색다른 시도로 주목받는 작품들이 많았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갖춘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제작자들의 노력도 엿보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높아진 자극점을 충족시키려는 시도가 자충수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 나간 설정으로 공감받지 못하거나, 시대착오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작품도 존재했다.
◇'아씨두리안', 올해 최악의 드라마 불명예
TV조선 '아씨 두리안'은 손 꼽히는 문제작이다. 고부간 동성애 코드는 방송 전부터 논란을 자아냈고, 매회 이어진 예측불가 전개는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명확하게 갈랐다.
임성한(피비) 표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병맛인데 빠져든다" "심각하고 슬픈데 웃긴, 소장각 드라마" "시즌2 언제 나오나요"라며 뜨겁게 열광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고부 동성애, 불쾌해 리모컨 돌렸다" "주말 시간대 적절치 못한 소재, 보기 민망하다"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논란 속에도 시청률 상승세는 이어졌다. 4.2%(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로 출발한 드라마는 자체최고시청률 8.1%로 막을 내렸다. 첫방송 대비 2배 가까운 상승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아씨 두리안'은 조이뉴스24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최악의 드라마' 1위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얻었다. 총 득표수는 37표다.
'아씨 두리안'은 '보고 또 보고' '하늘이시여' '인어 아가씨' '신기생뎐' '결혼작사 이혼작곡' 등을 집필한 임성한(피비) 작가의 첫 판타지 멜로 드라마. 박주미와 이다연은 현실세계로 타임슬립한 조선 여인이자,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 멜로의 주인공으로 분했다.
시작은 좋았다. 그간 빙의, 유체이탈, AI 등으로 미친 몰입력을 선보인 임성한(피비) 작가가 작정하고 만든 판타지 멜로인 만큼 색다르고 신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웹툰, 웹소설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잡은 '회빙환(회귀·빙의·환생)' 코드에 고부간 동성애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더해 궁금증도 커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명길-곽민호의 30세 차 러브라인, 시어머니를 향한 며느리의 사랑 고백, 귀신에 빙의되어 무당이 된 가정부, 대리모를 요구하는 재벌집 며느리까지 파격이 이어졌다. 물론 색다르긴 했다. 하지만 주말 저녁 온가족이 한데 둘러앉아 보기에 편안한 소재는 아니었다.
아쉬움은 마지막회에서 절정을 이뤘다. 시대를 초월하는 로맨스로 시작된 '아씨 두리안'은 두리안(박주미), 단치감(김민준), 주남(곽민호)의 행방불명으로 극을 맺었다. 전생에 악행을 저질렀던 백도이(최명길)는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모두 잃고 정신줄을 놓았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결말에 시청자들은 "용두사미 결말"이라며 분노했다.
◇제2의 '펜트하우스'는 없다…'7인의 탈출', 최악의 드라마 2위
'최악의 드라마' 2위는 또 다른 '막장대모' 김순옥 작가의 '7인의 탈출'(SBS)이다. 총 26표를 얻었다.
'7인의 탈출'은 수많은 사람들의 거짓말과 욕망이 뒤엉켜 사라진 한 소녀. 소녀의 실종에 연루된 7명의 악인들의 생존 투쟁과, 그들을 향한 피의 응징을 그린 피카레스크(악인이 주인공인 작품) 복수극.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선보이며 화제성과 시청률, 두마리 토끼를 잡았던 김순옥 작가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에는 '김순옥의 페르소나'인 엄기준, 황정음, 신은경, 윤종훈을 비롯해 이준, 이유비, 조윤희 등이 출연해 '빌런캐 맛집'을 완성했다.
출연진 전원이 악인인 '7인의 탈출'에서 악행의 수위는 회를 거듭할수록 대범해지고 있다. 성공과 욕망을 위해, 또 자신의 치부를 덮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인들의 섬뜩한 민낯은 소름을 자아냈다.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부동산'과 '교육'을 둘러싼 핏빛 욕망, 그 민낯을 날카롭게 꼬집었던 김순옥 작가는 이번엔 '가짜뉴스'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소름을 유발했다.
하지만 제2의 '펜트하우스'는 없었다. '7인의 탈출'은 원조교제, 교내출산, 아동학대, 살인 등 자극적이면서 불쾌한 소재들로 방영 내내 논란을 자아냈다. 자극점이 한도를 초과해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평도 적지 않다. 핏빛 폭주기관차가 되어버린 '7인의 탈출'이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진짜가 나타났다', '시청률 보증수표' 수식어는 다 옛말
'올해 최악의 드라마' 3위는 KBS 2TV 주말연속극 '진짜가 나타났다'가 차지했다. 23명이 '진짜가 나타났다'를 최악의 드라마로 선택했다.
KBS 주말극 편성만 되면 성공이던 시절이 있었다. 50%를 육박하는 시청률로 안방극장을 호령하고,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던 호시절이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진짜가 나타났다'는 그런 KBS 주말극의 아성을 산산히 부서뜨렸다.
'진짜가 나타났다'는 시작부터 불협화음이었다. 당초 예정된 남자 배우가 스케줄 상의 이유로 하차했다. 이에 연기력 논란 딱지를 떼지 못한 안재현이 급하게 합류했다. 부족한 연기력에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까지 부족했다. 결과는 처참한 시청률로 이어졌다.
임신, 출산, 육아를 통해 거듭나는 가족의 가치를 보여주겠다던 기획의도는 사라진 지 오래. '진짜가 나타났다'는 출생의 비밀 소재를 과다사용하며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해야 할 막장 소재를 주구장창 울궈먹다보니 급기야 종영이 반갑다는 시청자들도 등장했다. KBS 주말극의 굴욕이었다.
이어 주연배우 김소혜의 학폭 의혹 논란 속에 '순정복서'(13표)가 4위를 기록했고, 형보다 부족한 아우로 판가름 난 '경이로운 소문2'(10표)가 5위에 올랐다. 또한 이준호-임윤아의 비주얼 케미만 남긴 '킹더랜드'와 '판도라'가 각각 8표를 획득하며 후순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보라 데보라'(6표), '환혼2'(5표), '금수저'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4표) 등이 거론됐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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