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목소리조차 싫었다"는 신혜선, '그녀가 죽었다'로 터진 인생 연기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신혜선이 '그녀가 죽었다'로 연기 포텐을 터트렸다. 원래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통하는 신혜선이지만, 이렇게 영혼을 갈아 넣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본인 스스로는 아니라며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지만, 신혜선의 '인생 연기'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입이 딱 벌어진다. 왜 변요한과 김세휘 감독이 "볼수록 소름이 돋는다"라고 극찬을 했는지 제대로 알게 되는 '그녀가 죽었다'다.

오는 5월 15일 개봉되는 '그녀가 죽었다'(감독 김세휘)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 분)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 분)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영화다.

신혜선은 남의 관심을 훔쳐 사는 인플루언서 한소라 역을 맡아 구정태 역 변요한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한소라는 소시지를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명품 가방을 자신의 것인 척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 거짓 포스팅으로 화려한 삶을 사는 유명 인플루언서다. 하지만 낮에는 성실한 공인중개사지만 동네 편의점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는 구정태의 관찰 대상이 된 이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해 미스터리를 안긴다.

신혜선은 오직 관심을 받기 위해 행동하는 관종 한소라를 혼신의 열연으로 표현해 극찬을 얻고 있다. 자기변명 가득한 내레이션부터 점차 광기가 차 들어가는 눈빛, 표정에 막판 액션까지, 한소라 그 자체가 되어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몰입도와 긴장감을 선사한다. 다음은 신혜선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재미있게 봤고 시나리오 느낌대로 나온 것 같다. 영화를 제가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안 해봤던 얼굴인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 워낙 강렬하고, 공감도 이해도 하고 싶지 않았던 역할이다 보니 왜 이 캐릭터에 끌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이 되는 지점은 없었나?

"드라마에서 주로 제가 했던 역할이 선하고 호감적인 느낌인데 뒤틀려 있는 캐릭터를 해보면 좋겠단 생각이었다.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나 고민은 없었다.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연기는 늘 어렵기 때문에 똑같이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 해낼까' 하는 고민만 했다. 소라 캐릭터는 시나리오에 잘 나와서 표현을 잘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어떻게 하면 그 느낌대로 가증스러워 보일까만 신경 썼고 진짜 재미있었다."

- 한소라가 인플루언서로 등장하는데, 연기하기 전에 실제 인플루언서를 관찰하면서 자료 조사를 한 것도 있나?

"공부했다고 말하는 것이 멋있겠지만(웃음) 따로 배우거나 연구한 건 없었다. SNS 활용을 잘하는 사람인 건데, SNS는 누구나 쓸 수 있고 각자의 색깔이 있기 때문에 제가 기능적으로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직업은 아니었다. 시나리오 자체에 너무 잘 나와 있었고, 소라의 극단적인 성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직업으로 인플루언서가 된 것이라 연구를 따로 하지는 않았다."

- SNS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제 성격과는 안 맞는 것 같다. 억지로 하는 건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해보려고는 한다.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제 성향으로는 최대한 열심히 하고 있다. 제 것 게시를 하기 전에 따로 SNS를 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사실 남이 하는 것도, 제가 하는 것도 관심이 없다.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을 하지만, 제 속을 들여다보면 남에게 큰 관심은 없는 것 같다."

-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가 아니라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성향이 그런 건가?

"이 일이 제 성격, 성향을 바꾸지는 않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그런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은데, 친언니와는 성향이 반대더라. 그게 참 신기한 것 같다."

- 그렇다면 댓글도 안 보는 편인가?

"그렇진 않다. 저에 대한 댓글은 안 볼 수가 없더라. 만약 안 좋은 댓글을 보면 상처를 받는다. 물론 보는 순간에만 그러다 마는 정도다. 아직까지는 제 인생을 크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 혹시 이번에 듣고 싶은 관객 평이 있나?

"재미있었다고 해주셨으면 좋겠다. 구정태, 한소라에게 감정 이입은 하지 않고 '둘 다 이상한 애'라고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 한소라를 연기를 할 때 이해도 공감도 안 했다고 했는데, 감정 이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이유는?

"굳이 제가 '감정 이입을 경계해야겠다'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정말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연기할 때 이 인물에 푹 빠져 살지는 않는다. 카메라 켜져 있고 연기할 때만큼은 집중하겠지만, 작품을 하는 도중에 젖어 살거나 하는 경험은 아직 하지 못했다. 소라 역할을 하면서 핀트가 나가 있는 애를 연기한다고 감정이 동화될까 하는 걱정을 전혀 안 했다. 살인자 역할을 한다고 살인자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 것과 같다. 제가 그동안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제가 했던 역할을 보면 대부분 호감이고 되게 괜찮은 사람, 매력 있는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캐릭터였다. 굳이 따지자면 선역이다. 그래서 그 친구들에게선 개인적으로 배우는 점도 많았고, 제가 연기로 표현할 때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들이 이 인물을 호감으로 느낄까, 더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하지만 한소라는 반대로 아무 생각도 안 해도 됐다. 제가 개인적으로 되게 싫어하는 성향의 친구다. 그래서 그것만 잘 보여주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불쌍하지도 않았고 감정적으로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 짓궂은 질문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연기를 잘할 수 있었다는 건 마음속에 그런 지점이 있었던 건 아닌가?(웃음)

"그건 절대 아니다.(웃음) 일단은 시나리오에 너무 잘 표현이 되어 있었다. 내레이션도 계속 깔리니까 이 친구가 어떤 변명거리를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으로 있는지가 너무 잘 드러나 있다. 일단 핀트가 정상인의 범주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는 것이 시나리오에 표현이 잘 됐었고, 그래서 만약 이런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해 제가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그래서 저는 시나리오에서 받았던 느낌을 잘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 목표였다. 질문 감사하고 기분은 좋다. 하하."

- 영화를 보면서 내가 한 연기지만 놀라웠다 하는 지점이 있었나?

"놀라웠다기보다는 저는 제 모습이 좀 징그러웠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가증스러움이었다. 저는 목소리조차 싫었다. 제가 만든 목소리인데도 그렇게 듣기 싫게 들릴 줄은 몰랐다. 최대한 제가 가지고 있는 조건 안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가증스러워 보일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원래 제 목소리보다 높고 가늘게도 해보고 예쁜 척도 해봤다. 촬영할 때는 몰랐는데 영화로 보니까 너무 징그럽더라."

- 본인은 징그러워 보였다고 하지만, '인생 연기'라는 평이 많다.

"그렇게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다. 저는 캐릭터가 재미있고, 연기도 재미있게 했다 보니 관객들도 재미있게 봐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요즘은 다들 캐릭터고 연기라는 걸 다 아시기 때문에 실제의 저와 동일시하시지는 않으실 테니까 진짜 부담감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