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현장]붉은악마, "정신차려 한국"…대표팀 질책


대표팀 간 경기, 원정 응원에서 이례적인 일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5차전이 벌어진 17일 오후 7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센트럴 아미 스타디움.

우즈벡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던 예상을 깨고 한국이 잦은 패스 미스를 범하며 번번히 상대에게 공격권을 내주는 등 부진한 경기를 펼치자 전반 37분경 본부석 맞은편 한국 응원석에서 "정신차려 한국"이라는 구호가 터져나왔다.

이후 곧바로 "힘을내라 한국"이라는 격려의 목소리로 구호가 바뀌었으나 후반 중반 이후 한국이 우즈벡에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맞는 등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또 다시 "정신차려 한국"이라는 구호가 경기장에 등장했다.

"정신차려 한국"이라는 구호는 이날 단 두 차례 만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이것이 일부 응원단의 외침이 아니라 다수 응원단이 한 목소리로 내뱉은 구호였다는 점에서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K리그 경기에서 상대팀을 비하하거나 판정에 불만이 있을 경우 심판에 대해 비슷한 구호를 외치는 장면은 종종 볼 수 있지만 대표팀 간 경기, 더구나 원정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이날 본부석 맞은편에 자리한 한국 응원단의 규모는 현지 교민 300여 명을 포함해 약 45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한국에서 원정 응원을 떠난 붉은악마 응원단 130여 명이 응원을 주도했다.

붉은악마 원정 응원단 130여 명은 대표팀 응원을 위해 무박2일의 빡빡한 일정을 감수한 열성 축구 팬들이었다.

이들은 17일 오전 4시 경에 인천공항에 집결해 7시간 이상 전세기를 타고 우즈벡 현지에 도착해 경기를 관전한 후 곧바로 다시 타슈켄트 공항에서 한국으로 출발하는 전세기에 몸을싣고 18일 오전 8시 귀국했다. 여기에 개인당 30만원 씩의 전세기 왕복 비용을 부담했다.

이런 이들이 경기 도중 '정신차리라'고 외쳤다는 것 자체가 그 만큼 이날 대표팀 경기가 실망스러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타슈켄트 공항에서 만난 붉은악마 행정간사 김정연 씨는 "원래 이렇게 민감한 구호가 응원석 앞의 리딩자의 입에서 나오면 일부만 호응하거나 목소리가 작아지기 마련인데 오늘은 대다수가 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이런 구호를 외쳤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연씨는 "우즈벡 현지 경찰의 제지로 애국가 도중 태극기는 올릴 생각도 못하는 등 응원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만큼 더 잘해주기를 바랐는데 그러지 못하니 대표팀에 대한 질책과 격려의 목소리로 이런 구호가 외쳐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붉은악마 응원단 명진수 씨는 개인적인 사견 임을 전제로 "프로경기에서도 자기 팀이 부진하면 질책하는 구호가 나오고는 한다. 붉은악마 응원단 대부분은 K리그에서도 서포터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팀 경기에서도 충분히 이런 구호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붉은악마 응원단의 이례적인 질책 구호에 박성화 감독은 "충분히 이해한다. 대표팀이 부진하니까 더 잘해달라는 마음에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대표팀 주장 김진규 역시 "한국에서 그렇게 많은 응원단이 와 주셔서 감사한다. 구호를 들을 당시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대표팀에 대한 격려의 목소리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우즈베키스탄(타슈켄트)=윤태석기자 sportic@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현장]붉은악마, "정신차려 한국"…대표팀 질책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