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남현희입니다."
박빙의 승부를 펼쳤으나 아쉽게 세계 2위에 그친 여검사 남현희(27, 서울시청). 비록 금사냥에는 실패했지만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본인 역시 얼굴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은메달 획득의 기쁨을 한껏 누렸다.
남현희는 11일 밤 11시경(중국 현지시간) 한국 메달리스트의 회견 장소인 코리아 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내 올림픽 은메달 획득에 대해 기쁨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펜싱 역사상 첫 은메달. '아쉬움'이 아니라 '만족감'이 그의 얼굴에 퍼져 있었다.
남현희는 이날 저녁 베이징 올림픽그린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결승까지 진출해 현 세계랭킹 1위 발렌티나 베잘리(34, 이탈리아)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1라운드에서 0-3으로 뒤졌지만 특유의 저력을 발휘,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5-4로 뒤집기도 한 남현희는 경기 종료 4초를 남기고 5-6 역전을 허용해 아쉽게도 대한민국에 5번째 금메달은 선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남현희는 은메달도 귀중하다고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은메달을 딴 것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세계 최강 베잘리와 대등하게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재치있는 말솜씨로 유명한 남현희는 이날도 취재진의 질문에 또박또박 답변하며 '달변 솜씨'를 자랑했다. 트레이닝 복 차림의 은메달리스트 남현희는 이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다음은 남현희 선수의 기자회견 질의 응답 내용>
-은메달 소감 한마디.
"베이징에 오기 전에 기사를 봤는데 어느 일간지에서 제가 은메달 후보라고 하더군요. 은메달 딴 것에 만족해요. 다만 아쉽다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졌다는 점이지만, 은메달 획득한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아직 긴장이 안풀리네요."
-남 선수는 키가 작다. 결승전 상대 베잘리 선수는 키가 크다. 큰 선수와 상대할 때 힘든 점 혹은 유리한 점은?
"음, 키가 작다보니 상대보다 빠른 게 장점이에요. 상대를 쉽게 요리하기 위해서는 많이 움직여야 하거든요. 그런데 키가 작은 반면 팔다리도 짧아서요.(웃음) 체력을 많이 키워놓지 않으면 베잘리 선수를 이길 수가 없어요."
-결승전 1라운드에서는 점수를 하나도 못냈는데?
"사실 베잘리 선수와 지난 3월 중국에서 한 번 대결한 적이 있어요. 그 때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는데, 전혀 틈이 없었어요. 오히려 이번 결승에서는 제가 잘한 편이에요. 당시에는 그 선수와 점수 차이가 점점 많이 났었는데 오늘은 경기 운영이 좋았던 편이에요. 이제 자신감이 생겼네요."
-마지막 41초를 남기고 역전하기도 했다. 당시 머릿속에 떠올렸던 전략은?
"1라운드 0-3에서 장기인 콩트르 아따끄(수비시 피하는 척 하면서 찌르는 기술)가 정확히 맞아 떨어졌어요. 그래서 그 기술을 아껴두고 나중에 1점 리드할 때 사용하려고 했었는데, 베잘리 선수가 내 생각을 읽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보다 한 단계 위인 선수였어요."
-메달 따면 결혼한다고 공언했다.
"(웃음) 아직 결혼 계획은 없어요. 남자친구(팀 동료 원우영)는 한국에 있어요."
-김래원 씨 팬이라고 화제가 됐는데 남자 친구가 싫어하진 않는가?
"(웃음)아뇨. (남자친구가 김래원과) 닮아서 괜찮아요.
-김래원 씨가 한국에 오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고 했는데?
"기분은 좋은데요, 막상 그런 기회가 있으면 못 갈 것 같아요."
-고생했다. 올림픽도 끝났는데 이제 뭐하고 싶은가?
"이번에는 다른 대회보다 더 열심히 훈련했어요. 휴식을 좀 취하고 싶네요."
-휴식 취하는 방법은?
"예전에는 빈틈없이 생활해야겠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잘 쉬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니 너무 규칙적인 생활만 하는 것도 경기에서 노련미가 떨어지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하니 이제는 친구들 만나서 맛집 찾아다니는 것도 마음이 편해졌어요."
-상대방이 남 선수의 체구가 작아서 "찌를 데가 없다"는 불만을 할 것도 같다.
"그런 말은 들어본 적 없지만 경기할 때 자신의 공격이 자꾸 빗나가니까 상대가 화를 낸 적은 있었어요. 처음에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잘해서 그런 거더라구요. 경기에서는 체구보다는 거리가 중요해요. 가깝게 붙으면 찌르기 어렵죠. 그런 것들을 외국 선수와 대결하면서 배웠어요."
-펜싱 사상 첫 은메달이다. 앞으로 계획은.
"앞으로도 계속 경기가 많이 있어요. 여기가 끝이 아니기 때문에 더 노력하겠습니다. 꾸준히 메달권에 들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국민들에게 인사 한마디 해달라.
"펜싱에서 메달이 꼭 나왔으면 했는데 그 주인공이 제가 돼서 영광입니다. 비인기 종목인데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훌륭한 선수들도 많이 있거든요. 국민 여러분이 더 응원해주시면 좋은 성적이 나올 거에요. 감사합니다."
조이뉴스24 베이징=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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