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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논란의 씨앗, 대중과 마니아 사이


영화 '박쥐'가 개봉과 동시에 일반 관객들로부터 극과 극의 평가를 얻으며 이슈가 되고 있다.

'박쥐'가 이처럼 관객들 사이에서 큰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박찬욱 감독 영화의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박찬욱 감독을 대중에 알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그의 영화들은 대부분 관객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일반 대중들의 반응은 대다수의 평단과 마니아들이 극찬을 쏟아낸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있었다.

('박쥐'를 포함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예술성과 작품성을 호평했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난해하고 불편하며 폭력적인 점'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중영화로서 박찬욱 감독 영화의 '불친절함'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대중이든 마니아든 개인의 기호 차이이기 때문에 이러한 두 가지 시각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할 수는 없다. 주목할 것은 '박쥐', 혹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유독 호불호가 분명한 마니아 영화가 아닌 대중영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 역시 해외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철저히 '예술영화', '영화 마니아들만 좋아하는 영화'로 분류돼 박찬욱 감독의 작품만큼 대중들의 폭넓은 관심을 끌지는 못해왔다.

또는 확실한 대중영화로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으나 박찬욱 감독은 일반 대중의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소재와 표현으로 늘 화제가 됐다. 이러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박쥐'도 대중영화와 마니아 영화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쥐'는 예술성이 짙고 실험적이다. '박쥐'에서 일반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그래서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가 사람들의 판타지를 그리는 매체라고 한다면 대중들에게 있어 대중영화는 '우리의 판타지'인 반면 '박쥐'는 '그들의 판타지' 정도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마니아적인 영화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쥐'의 외형은 상업영화와 같다. 80억원의 제작비는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기에 '수익' 문제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언론도 '박쥐'의 관객 동원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제작비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의 인식이다. '박쥐'의 영화평 중에는 '머리 식히러 갔다가 두통만 더 심해졌다'는 류의 글들이 눈에 띈다. 신작이 나올 때마다 매번 논란이 되고 있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여전히 '보고나서 후회하는' 관객들이 생기는 것은 '그래도 상업영화'라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이 공감하지 못한다고 나쁜 영화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중을 상대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에 대해 일반 관객들의 생각은 무시하고 예술성만 칭송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성 높은 영화를 보면서 감동과 깊이를 공유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관객이 늘어날수록 호불호 논란이 거세진다. 논란이 커질수록 호기심에 관람하는 관객도 늘고 '박찬욱 월드' 시민들도 늘어나겠지만 많은 '안티-박찬욱' 월드 시민들도 생긴다.

자신이 살기 위해 사람을 죽여 피를 구해야 하는 신부 상현의 현실만큼 '박쥐'도 아이러니함 그 자체다.

조이뉴스24 유숙기자 rer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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