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신인 좌완 투수 박민규가 고개를 떨궜다. 너무나 큰 부담 속에 부여받은 임무를 완수하려고 했지만, 긴장된 어깨는 말을 듣지 않았고 그 결과 신인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겪었다.
박민규는 지난 23일 문학 SK전에 선발 등판해 1.1이닝 3피안타(1홈런) 4볼넷 5실점하며 조기 강판당했다. 시즌 2패째를 떠안았지만 문제는 단순한 1패가 아니었다.
이날 삼성은 4강의 명운을 걸고 절체절명의 위기 속 일전을 벌였다. 이날 SK에게 패한다면 잔여경기를 모두 승리해도 4위 롯데를 제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이 SK전 포함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롯데가 25일 LG전을 패해야만 역전이 가능했지만, 삼성이 그나마 4강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배수의 진을 친 선동열 감독이 선발로 낙점했던 박민규는 제구력 난조로 1회부터 고전을 거듭하다 2회를 넘기지 못하고 5실점,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다. 1회말 선두타자 박재홍을 삼진으로 잡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커브와 체인지업의 제구가 안돼 3연속 볼넷을 내줘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결국 박민규는 2사 만루서 박정권에게 밀어내기 볼넷, 정상호에게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첫 이닝에서 3실점하며 삐걱댔다.
그리고 2회말에는 박재상에게 우월투런포를 얻어맞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김상수에게 바통을 넘겨야만 했다. 이후 삼성은 박민규의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4-7로 패하면서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는 2009 고졸 신인 박민규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당시 박민규는 교체당한 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봤지만 결국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어린 청년은 12년간 이어온 팀의 역사(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를 자신이 끊었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박민규는 "너무 씁쓸했다. 도저히 모두를 볼 면목이 없었다. 그 한 경기로 4강에 탈락했고, 13년 연속 기록도 좌절됐다"며 "내가 시즌을 마무리지어 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정말 막막했다. 한숨도 못잤다"고 힘빠진 목소리로 악몽같았던 전날 경기를 회상했다.
이어 박민규는 "정말 제구가 안됐다. 안타를 맞든 말든 가운데로 꽂아넣으려고 했는데 체인지업이 마음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며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팬들에게도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팀 동료들에게는 고마움을 전했다. 막내의 분투를 알고 있기에 삼성 선수들은 박민규에게 오히려 격려의 말을 전했다. 아쉽긴 하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였기에 '선배님들'은 박민규에게 "고생했다"고 등을 두드려줬다.
박민규는 이제 내년 시즌 목표를 정했다. 2010 시즌에는 팀에 더욱 도움이 되는 좌완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직구 구속을 올리고, 구종을 하나 더 장착하고, 폼까지 교정하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태어날 작정이다.
박민규는 "올 겨울 하나하나 처음부터 모두 다듬겠다. 제구력도 가다듬고, 구종도 하나 더 늘릴 것이다. 볼 스피드도 늘려야 한다. 올해는 훈련 때도 많이 던지지 못했다"며 "내년에는 최선을 다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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