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중국 광저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트레이닝복 유니폼으로 맞춰입은 이들은 경기장 뿐만 아니라 시내 곳곳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보직을 아울러 총인원이 무려 59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메인 프레스센터(MPC), 바이윈 국제공항, 각 경기장에 포진해 각국 선수단과 취재진, 관중들을 돕고 있으며 시내 곳곳 횡단보도까지 '질서유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블록마다 마련된 자원봉사 부스에는 십수 명의 봉사자들이 항상 대기하며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역할은 애매(?)하다. 주요 경기장 및 시설에서 일하는 인원들을 제외하고 보통 자원봉사자들은 사실상 시간만 때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주요 경기장에 배치된 봉사자들이 아니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못해 난감해하기 일쑤다. 그들은 한숨을 내쉬며 말이 통하는 다른 자원봉사자를 찾아 발길을 돌린다.
또 이들이 경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이나 점심을 먹은 후 뒷편에 마련된 책상에서 20~30명씩 집단적으로 엎드려 자는 모습도 매일 벌어지는 일상이다. 취재진의 눈에는 대회 도우미인지 한가로운 관광객인지 구별이 안갈 정도다.
이는 자원봉사자의 엄청난 수에서 발생한 문제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모집한 자원봉사자 수는 경기장 배치 인력 외에 캠페인, 거리청소, 경비 등 각종 인력을 모두 합해 59만명이나 된다. 그나마 이것도 신청자 150만명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뽑은 인원이라고 하니 중국의 인력자원 규모에 혀를 내두를 만하다.
문제는 수가 너무 많다보니 일의 공백이 많을 수밖에 없고, 할 일이 없는 자원봉사자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이 탓에 비인기종목의 경우 관람객의 대부분을 자원봉사자가 채우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효율적이지 못한 모습 탓에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동네 잔치'라는 느낌마저 준다
사실 이들의 마음가짐은 훌륭하다 자원봉사자는 말 그대로 보수가 1위안도 없다. 자원봉사자 AD 카드로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교통비 지급도 없으며 점심은 구내 식당 혹은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생고생이나 다름없다.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안내 데스크로 아시안게임 진행에 도움을 주고 있는 황쉐링(23) 씨의 경우, 대학교 4학년 학생이다. 취직을 위해 바쁜 날들을 보내야 하지만 고향에서 아시안게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없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집까지 왕복 4시간을 오가며 하루 8시간씩 근무를 해야 하지만 그는 뿌듯함에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는 "힘들지만 재미있다. 사실 자원봉사를 하면 개인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한다 고민을 했지만,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괜찮다"고 웃었다.
59만명의 자원봉사자들 중 75%가 대학생이다. 이들 젊은 세대는 조국에서 아시안게임을 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며 기꺼이 자원봉사 신청서에 이름을 적었다. 그 열정은 높이 살 만하고 '중국의 미래가 무섭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
하지만 그 결과 광저우에 대한 기억이 자원봉사자들의 연두색 체육복밖에 남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나쳐서 탈이 난 경우라고 할까. 한자 4자성어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이 떠오른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김현철기자 fluxus1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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