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는 팀의 주축이자 K리그 '최고 용병' 중 하나로 꼽혔던 몰리나를 FC서울로 떠나보냈다.
몰리나를 보내야만 했지만 신태용 성남 감독은 따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신 감독은 "최고 수준의 특급 용병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몰리나를 능가하는 용병을 영입할 것이라고 내비쳤다. 신태용 감독은 자신감에 차 있었고, 특급 용병 영입으로 침체된 팀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신태용 감독이 노리는 최고 수준의 특급 용병은 누구였을까. 바로 2008~0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전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헐 시티 돌풍'의 주역인 데이버슨 지오바니(31, 브라질)였다.
2008~09시즌 헐 시티는 창단 이후 104년 만에 처음으로 1부 리그인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했다. 그리고 헐 시티는 매서운 돌풍을 일으켰다. 한때 프리미어리그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잉글랜드를 비롯한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헐 시티 돌풍의 중심에 바로 백넘버 10번 지오바니가 있었다.
172cm의 크지 않은 키.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윙어를 담당했던 지오바니는 빠르고 화려한 드리블로 그라운드를 휘저었고 특히나 위력적인 슈팅력을 보유했다. 지오바니는 환상적인 프리킥 능력을 뽐내며 헐 시티의 돌풍에 앞장섰다. 지오바니는 2008~09시즌 총 8골을 성공시키는 좋은 활약을 펼쳤다.
헐 시티에 입단하기 전 지오바니는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 포르투갈의 벤피카,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시티 등 유수의 팀들을 경험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세계 최강' 브라질 국가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오바니가 성남에 꼭 필요한 선수라는 확신과 영입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사실 계약 성사의 90%까지는 진행됐다. 최종 구두 확인도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사인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지오바니는 신태용 감독의 손을 잡지 않고 브라질 1부 리그 비토리아로 떠나버렸다.
신태용 감독의 아쉬움은 컸다. 성남의 전지훈련장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신 감독은 "K리그에서 지오바니 만큼의 수준 높은 용병은 지금껏 없었다. 지오바니가 왔다면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계약 직전까지 갔는데 실패해서 많이 아쉽다. 지금은 다른 용병을 물색하고 있다"며 지오바니를 놓친 데 대한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헐 시티 돌풍의 주역이었던 지오바니와 아시아 돌풍의 중심 성남이 손을 잡았다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날지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일이다. 성남도 팬들도 아쉽다. K리그 전체적으로도 아쉬움을 떨쳐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미 떠나간 배다. 그래서 신태용 감독도 아쉬움을 접고 새로운 돌풍을 이끌, 팬들이 열광할 만한 새 용병 영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지훈련 선수단 지휘에 이런 고민까지 더해져 신태용 감독의 하루하루는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조이뉴스24 /가고시마(일본)=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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