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티즌 '왕쌤' 왕선재(52) 감독은 멀티플레이어(?)다. 호주로 가족을 떠나보낸 기러기 아빠라 모든 일을 혼자 해낸다.
주로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해 빨래는 세탁실에 맡기고 식사도 지인들과의 만남이 잦아 밖에서 해결하거나 선수단과 해결하는 편이다. 그래도 알아서 보약을 챙겨먹는 등 건강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
선수단의 효율적 관리에 일찌감치 눈을 떴던 왕 감독은 스포츠 영양학을 공부해 식단 구성에도 관여한다. 이것도 모자라 왕 감독은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쏟았고 '수지침'을 놓는 방법까지 터득했다.
왕선재 감독이 수지침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동료 지도자로부터 직접 침을 맞아본 경험. 혈을 찾아 침을 놓아 몸의 기운을 상승시켜 여러 고통과 피로감이 해소되는 것을 체험한 왕 감독은 수지침 관련 서적을 읽으며 각 부위의 혈이 어떤 기관과 통하는지 알아냈다.
3년 전 중국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수지침 실력을 발휘해 한 위급한 상황에 놓였던 승객을 구하기도 했다. 왕 감독은 "수지침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실력이 있다"라고 웃으며 최근 급체로 고생했던 기자의 엄지 손가락에도 수지침을 놓아줬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수지침의 필요성을 절감한 데는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스포츠인 축구의 특수성도 한 몫 했다. 90분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이 경기 도중 허벅지나 종아리에 쥐가 날 경우 스프레이형 파스를 뿌리거나 마사지로 응급처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완벽한 응급처치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는 것이 왕 감독의 생각이다. 때문에 경기 중 쥐가 난 선수를 상대로 수지침을 시도했고 빠른 회복으로 풀타임 소화를 무리없이 해내자 더욱 신봉하게 됐다.
왕 감독은 "지난해 우리 팀의 에이스였던 어경준이 수지침 효과를 많이 봤다. 쥐가 난 것을 수지침으로 풀어주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뛰더라"라고 회상했다.
이런 기억을 뒤로하고 왕 감독은 "지금도 어경준이 아마 내 수지침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임대 신분에서 완전 이적으로 전환하려다 원소속팀 FC서울에서 끝내 허락하지 않아 어경준 영입이 무산된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조이뉴스24 남해=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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