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3년차인 유병수(23,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2년 동안 감당하기 힘든 많은 일을 짊어지고 왔다.
입단 첫해인 2009년 14골 4도움으로 강력한 신인왕 후보에 올랐지만 김영후(강원FC)에 밀려 무관에 그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심기일전으로 나선 지난해에는 22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지만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침묵을 뒤로 하고 승부욕으로 뭉쳐 돌아온 유병수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2011 아시안컵에서는 호주와의 조별리그 2차전 교체 출전이 전부다. 그마저도 윤빛가람(경남FC)과 재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자신에게 실망한 나머지 개인 홈페이지에 짧은 글을 올렸다가 잠시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어렵게 올린 글 하나가 마치 '항명'으로 비춰져 오해를 사기도 했다.
아시안컵에서 기자가 봤던 유병수는 '침묵남'으로 변신하다가 3-4위전이 끝나고서야 어렵게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다"라며 말을 꺼내는 등 마음고생의 흔적이 묻어나왔다.
그러나 유병수에게 급격한 동정표가 쏟아졌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마무리 동계훈련이 진행중인 목포 국제축구센터에는 연일 여성팬들이 찾아 유병수를 조용히 성원하고 있다. 유병수도 싫지는 않은 듯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고된 훈련 중 여유를 찾았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유병수는 남자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여성팬들이 많이 늘어났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지난 18~19일 조용히 지켜본 유병수는 승부욕이 더욱 강해진 공격수로 변신했다. 에이스의 상징 '10번'의 배번을 어김없이 받아 책임감은 더욱 막중해졌다. 훈련이 끝나면 동료와 그날의 잘못된 점을 가감 없이 토론하며 개선점을 찾는데 주력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싸우는 것처럼 오해하기 충분할 정도로 그의 훈련은 치열했다.
유병수는 지난 16일 목포시청과 연습경기 중 상대 수비수와 충돌하며 오른쪽 눈두덩이가 찢어졌다. 12바늘을 꿰맸지만 어김없이 19일 중국 슈퍼리그 허난 전예와의 연습경기에 나섰다.
허난전에서는 1골 1도움을 해냈지만 성에 차지 않는 듯 슈팅이 빗나갈 때마다 아쉬움에 탄성을 내질렀다. 심판의 판정이 애매하면 "아 이게 왜 파울입니까"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득점왕 했으니 다음 목표는 MVP 어떨까요"
허정무 감독은 유병수에게 "미리 (동료에게) 주고 빠져야지"라며 동료를 활용한 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했다. 충분히 공간이 있는데 왜 혼자 욕심을 부리다 쓸데없는 파울을 범하느냐는 뜻이다.
혼자가 아닌 동료와 함께 가는 공격수로 힘을 덜 들이고 득점과 도움 하는 방법을 터득시키기 위한 주문이었다. 넓게 보자면 대표팀에서 요구했지만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을 확실히 주입시키겠다는 허 감독의 숨은 의도다.
심판도 사람이니 참아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과한 승부욕은 시즌 중에 발휘해도 좋으니 지금은 예열만 하기를 바랐다. 조금 더 섬세하게 모든 상황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뜻도 담겨있다.
유병수를 지켜보던 허난 김학범 감독도 비슷했다. 그는 "정말 좋은 공격수다. 누구나 탐낼 매력적인 자원"이라면서도 "인천이나 대표팀이 역시 마찬가지다.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다 맞출 수는 없겠지만 선수라면 더 배운다는 생각으로 부족한 부분을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업그레이드되기를 기대했다.
당분간 국가대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 유병수에게 이번 시즌 K리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미 지난 두 시즌 K리그에서 나름대로 이뤄내 도전에 대한 의지가 약해질 수 있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유병수는 명쾌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 K리그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면 언젠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신인왕 후보에도 올랐었고 지난해 베스트11에 들지는 못했지만 득점왕도 했잖아요"라고 말했다. 여전히 베스트 공격수로 선정되지 못한 것은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더 오기가 발휘되고 도전해야겠다는 마음도 커졌다. 그는 "꼭 베스트11에도 들고 시즌 최우수선수(MVP)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MVP 하고 나면 리그 우승도 도전하고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나가봐야 하지 않겠어요. 열심히 해볼 겁니다"라고 마음속 욕심을 하나하나 꺼내 놓으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조이뉴스24 목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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