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고영민(두산)이 조금씩 부진의 틀을 깨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멀지만, 부진 탈출의 시작은 알렸다. 고영민의 해맑은 웃음은 시즌 들어와 처음이었다.
고영민은 지난 21일 사직 롯데전에서 3-3으로 팽팽하던 9회초 김사율로부터 역전 중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뒤이어 이종욱이 2타점 적시 3루타를 터뜨려 두산은 6-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2일 장맛비로 인해 경기가 우천취소된 점을 감안하면, 주중 3연전 첫 판을 승리로 장식한 두산은 반격의 심호흡을 기분좋게 한 셈이다.
이날 고영민은 역전 결승타뿐만 아니라 앞선 6회초 타석에서는 2루타도 뽑아내면서 멀티히트(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세 번째 멀티히트다. 5월 8일 롯데전 4타수 2안타, 6월 17일 한화전 3타수 2안타 후 이날 5타수 2안타로 고영민은 오랜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올 시즌 김경문 전 감독은 고영민의 부활을 기대했다. "겨우내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고, 그 노력은 없어지지 않는다"며 김 전 감독은 고영민이 살아나주기만을 고대했다. 하지만 좀처럼 타격감을 살리지 못하면서 고영민은 대주자 등 교체멤버로 전락했고, 이후 5월 들어 다시 찾아온 선발출전 기회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타율은 늘 1할대에 머물렀다.
고영민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의 멤버로 병역혜택까지 받으며 찬란한 프로생활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2009 시즌부터 허리와 옆구리, 발목 등에 잔부상이 잇따르면서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변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과 온전치 않은 몸상태는 고영민에게 큰 스트레스였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그는 지난해까지 부진의 나락에서 시간만 보냈다.
올해만큼은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잔부상이 없어지면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고영민은 전훈캠프 당시 "올해처럼 캠프에서 안아픈 적은 처음이다. 느낌이 좋다. 자신감이 생겨난다"고 의욕을 다졌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지만, 무언가 꼬인 듯했다. 개막과 동시에 몇 경기 부진하면서 선발출장의 기회를 잃은 후 고영민은 또 다시 동력을 잃었다. 그리고 김경문 전 감독의 사퇴 전까지 고영민은 팀의 추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야구장에서 집중을 위해 말을 아끼는 고영민은 더욱 말문을 닫았다.
그리고 김경문 전 감독의 자진 사퇴 후 김광수 대행체제에서 고영민은 다시 출장기회를 얻었고, 조금씩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한화전부터 4경기서 15타수 5안타를 뽑아냈고, 그 중 2루타가 3개나 됐다. 올 시즌 2루타가 총 4개인 점을 감안하면, 서글프면서도 희망을 주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22일 현재 고영민은 76타수 14안타 타율 1할8푼4리로 아직까지 2할대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출루 자체가 힘들어 도루도 3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여전히 부활을 위해 가야할 길은 까마득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금씩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고, 와중에 역전 결승타까지 뽑아내면서 반전의 계기를 일궈냈다. 의외의 장타력은 차치하더라도 고영민이 살아나 이종욱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다면, 두산은 발야구의 부활과 함께 중심타선이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두산팬들은 그의 맹활약을 3년째 기다리고 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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