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친정팀이라고 일부러 봐주는 거 아니야?"
류중일 삼성 감독이 의심섞인 눈초리로 물었다. 류 감독은 "(장)원삼이가 넥센전에 너무 약하다. 아무리 봐도 친정팀이라고 봐주는 것 같은데...(웃음) 정작 본인은 아니라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네"라며 푸념을 늘어놨다.
장원삼은 그동안 넥센전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넥센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후 친정팀 넥센전 5경기에 나서 1승2패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7.13으로, 장원삼이 5점대 이상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유일한 구단이다. 승률 역시 3할3푼3리로 가장 낮다.
장원삼은 12일 목동 넥센에 선발 등판했다. 우천 취소 등으로 인해 날짜가 밀려 지난달 23일 한화전 이후 19일만의 등판이라 더욱 신경이 쓰였다. 류 감독은 "원삼이는 상대가 자기를 너무 잘 알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럼 원삼이도 상대의 약점을 잘 알 것 아닌가. 일부러 못하는 건 아니겠지만…"이라면서 걱정을 거두지 못했다.
장원삼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다. 친정팀이라고 애정을 갖기에는 자신의 처지도 여유있는 편은 아니었다. 특히 아직 올라오지 않은 구위 탓에 공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은 상태였다.
장원삼은 "넥센에 왜 약한지 나도 모르겠다"면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뒤 "아무래도 상대가 날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공략당하기 쉬운 것 같다. 나도 물론 넥센 타자들에 대해 잘 알지만 쉽지는 않더라"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 자신감 넘치는 한 마디를 던졌다. 이날 경기 전 장원삼은 "오늘은 느낌이 괜찮다. 3회까지만 잘 막으면 이길 것 같다. 절대 봐주는 건 없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다시 훈련에 열중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장원삼의 생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날 넥센전 선발로 나선 장원삼은 5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공이 다소 높게 제구되긴 했지만 볼끝이 좋아 넥센 타자들을 대부분 범타로 요리했다.
특히 장원삼이 경기 전 말한 초반 기록이 좋았다. 2회까지 6명의 타자를 모두 뜬공으로 처리한 장원삼은 3회말 선두타자 오윤을 첫 삼진으로 잡아낸 뒤 나머지 두 타자도 범타 처리하며 손쉽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에도 김민우와 장기영-유한준으로 이어지는 타선을 모두 범타로 잡아내면서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동안 넥센전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말끔히 날려버린 경기였다. 장원삼은 "공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자신감도 생겼다. 경기 초반 성적이 좋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가장 큰 수확은 공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는 것. 그는 "오늘은 공 끝이 좋았다. 내 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던질 수 있었다. 올 시즌 처음 느끼는 감정이다"면서 다소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삼성이 5회말까지 4-1로 앞선 상황.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면 장원삼이 2연승과 함께 시즌 4승을 거둘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두 번째 투수 안지만이 3실점을 하며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장원삼의 승리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마음을 추스린 장원삼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애써 서운한 감정을 감췄다.
안지만 역시 징크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동료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특히 두 선수는 원정경기 룸메이트 사이. 장원삼은 "(안)지만이 형이 미안하다며 밥을 사준다고 했다. 먹고 싶은 거 없느냐고 자꾸 물어본다"면서 웃었다. 승리는 못 따냈지만 거둔 수확이 많아 장원삼은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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