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축구 선수들의 군복무 해결을 위한 주요 통로였던 상주 상무에 대한 K리그 퇴출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승부조작 사태에 연루된 선수들이 가장 많은 가운데 이수철 감독마저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등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상무의 K리그 퇴출론이 불거졌다. 상무는 군팀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매 시즌 초반에는 반짝 선전을 하다가 후반기만 되면 전역을 앞둔 선수들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승점자판기' 노릇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순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운동을 계속하면서 병역을 해결할 수 있다. 또 입대하는 대부분의 선수가 K리그 출신 프로 선수들이라 팀 운영이나 리그 참가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합숙 생활, 약할 수밖에 없는 팀 소속감 등으로 승부조작에 이용당하기 용이했다는 점은 상무가 가진 순기능을 모두 덮어버리고 있으며, 상무가 실질적으로 K리그급 팀이 맞느냐는 물음표를 던지게 했다.
A팀의 한 관계자는 "상무가 비리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프로 축구계 종사자로 많이 부끄럽다. 우리팀 출신도 조작에 관여해 더욱 충격이었다"라며 "빠른 퇴출이 리그 안정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B구단 사장도 "상무가 퇴출되면 승강제 도입을 외친 프로축구계의 명분이 선다. 확실한 리그 운영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상주를 통해 병역을 해결하면서 새롭게 기량을 꽃피워 한국축구의 재목으로 자란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많다.
상무는 지난 2003년 광주와 연고지 협약을 맺고 K리그에 뛰어들었다. 선수들의 병역 해결과 신생팀 창단 유도라는 목적이 분명하게 있었다. 이를 통해 이동국(전북 현대), 정경호(강원FC), 조원희(광저우) 등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기회의 무대가 되었고, 광주FC 창단의 초석이 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 고무된 경상북도 소도시 상주가 상무 팀을 유치해 홍보효과를 보는 등 프로축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C구단의 D사무국장은 "고연봉자가 입대하면 상대적으로 저연봉자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구단 입장에서는 상무가 고마운 팀이다. 입대자가 기량이 늘어 돌아오면 팀 전력에도 도움이 된다"라며 순기능을 강조했다.
축구계 사정에 밝은 한 에이전트도 "최근에는 상무를 통해 군복무를 해결하려는 선수들이 많이 늘었다. 선수모집 시기를 3~4개월 앞두고 미리 준비하는 추세다"라며 "2군 리그에 참가하는 경찰청보다는 프로 경험을 계속하면서 기량을 늘려간다는 장점 때문에 상무를 선택한다. 일부의 문제로 상무가 퇴출되어 선수들이 일반사병으로 복무하게 될 경우 멀리는 국가대표팀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극명하게 엇갈리는 현장의 목소리에 프로축구연맹에서는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몽규 총재가 수정, 보완을 통한 존속의 뜻을 꺼내들었지만 상무팀 운영 권한이 있는 국방부에서 퇴출에 응하면 손을 쓸 방법이 없어 답답한 현실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무의 존속에 무게를 두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있던 것은 맞지만 자정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퇴출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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