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9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LG 트윈스. 개인 타이틀 유력 후보도 아무도 없는 암울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유일한 희망은 삼성 배영섭(삼성)과 신인왕 경합을 벌이고 있는 임찬규의 존재다.
임찬규는 올 시즌 신인임에도 LG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해왔다. 시즌 초반에는 김광수 마무리 카드가 실패로 드러난 이후엔 마무리로도 뛰었고, 중간에서 길게 던지는 롱릴리프 역할도 해냈다. 이기는 경기에서의 필승조는 물론, 지는 경기에서의 추격조까지 보직과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 신인치고는 담대한 투구를 선보였다.
임찬규의 올 시즌 성적은 9승4패7세이브 3.79의 평균자책점이다. 신인왕을 받기에 충분한 성적이다. 문제는 경쟁자인 배영섭보다 뛰어난 성적으로 볼 수 있느냐에 있다. 배영섭은 부상 전까지 삼성의 톱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2할9푼4리 100안타 33도루를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투수인 임찬규와 야수인 배영섭의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결국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신인왕이 가려질 전망이다.
먼저 팀 성적으로는 배영섭이 절대 유리하다. 삼성은 정규리그 우승을 거의 확정지었다. 배영섭은 우승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신인왕 경쟁을 펼치게 된 셈. 반면 임찬규의 소속팀 LG는 초반만 해도 상위권을 유지하다 끝없는 추락 끝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배영섭의 부상도 변수다. 배영섭은 지난 2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김승회의 투구에 오른 손등을 맞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올 시즌 벌써 2번째 1군 말소. 정규시즌 잔여경기 출장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배영섭은 한국시리즈에도 출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배영섭은 부상으로 빠지면서 두 가지 기록을 놓치게 됐다. 3할 타율과 규정타석 진입이다. 3할 타율에는 6리 모자라고 규정타석에는 28타석을 남겨놓은 상황이다. 만약 배영섭이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타율을 달성했다면 신인왕 경합은 배영섭의 승리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변수는 임찬규의 10승 달성 여부다. 마침 임찬규는 10월1일 두산전에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 기회를 갖게 됐다.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만약 첫 선발 등판에서 인상적인 투구로 10승을 채우게 된다면 배영섭과의 경쟁에서 한 발 앞설 수 있다.
3할 타율과 10승, 타자와 투수에게는 상징적인 기록이다. 배영섭은 아쉽게 3할 타율 달성에 실패했고 임찬규는 10승 도전이 끝나지 않았다. 팀 기여도 면에서도 임찬규는 배영섭에 뒤지지 않는다. LG 박종훈 감독 역시 "임찬규가 막내로서 팀 마운드에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결국 임찬규 자신의 어깨에 달렸다. 열 아홉살 신인 임찬규가 10승 달성에 성공하며 신인왕까지 거머쥘 수 있을까. 9년째 가을야구를 구경하지 못하게 된 LG 팬들에게는 '신인왕 임찬규'가 유일한 위안거리일 수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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