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롯데가 1989년 단일리그 전환 후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페넌트레이스 2위와 함께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롯데는 4일 사직구장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17차전에서 선발 송승준의 5이닝 1실점 피칭 속에 장단 22안타를 터뜨린 화력의 대폭발로 20-2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70승 고지를 밟으며 정규시즌 2위를 확정했다. 잔여 2경기서 롯데가 전패하고 3위 SK가 전승해도 승률 역전은 없고, 순위도 뒤바뀌지 않는다.
이날 롯데의 화력은 무서웠다. 1회말부터 6회말까지 매이닝 득점에 성공하면서 한화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특히 6회말에는 16명의 타자가 상대실책의 틈까지 이용해 11득점을 몰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6회말 등판한 유창식은 10실점(1자책)하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찌보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롯데다운 모습으로 2위를 확정한 셈이다.
올 시즌 롯데의 2위 원동력을 꼽으려면 수도 없이 많다. 페넌트레이스 2위는 모든 면에서 잘 물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가능한 성적이고, 때문에 수훈선수를 압축해서 꼽기는 어렵다.
다만 뭐니뭐니해도 롯데 하면 역시 화력이다. 물론 안정된 선발투수진과 예상치 못한(?) 필승조 모드를 선보인 계투요원들도 박수를 받을 만하지만 시즌 내내 팀 성적에 힘을 실어준 이들은 타자들이다. 4일 경기서 선보인 막강한 파워까지는 아니지만, 롯데의 공격력은 또 다른 화력의 팀으로 꼽힌 두산이 무너진 상황에서 리그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수치상으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타격 대부분의 면에서 압도적이다. 4일 현재 롯데의 팀타율은 2할8푼7리까지 올라갔고, 팀안타는 무려 1천300개를 기록했다. 팀타율 2위인 KIA는 2할7푼1리에 그쳤고, 팀안타 2위인 두산은 1천198개로 롯데와 큰 차이가 난다. 홈런도 111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고 타점 역시 655개로 1위다. 이외에 팀장타율이 4할2푼2리에 이를 정도며 희생타(42개)도 삼성과 함께 공동 선두다.
밀리는 부문은 도루(112개/공동 4위)와 사사구(523개/6위) 등이다. 그야말로 매서운 강공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화력의 선봉장은 역시 간판타자 이대호다. 4일 현재 이대호는 타율 3할5푼9리 175안타 113타점 75득점 장타율 5할8푼2리 출루율 4할3푼4리를 기록하며 득점과 도루를 제외한 6개 부문에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극복하고 일궈낸 성적으로 지난해 타격 7관왕이 행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한 셈이다.
이외에도 손아섭(3할2푼6리), 홍성흔(3할7리), 전준우(2할9푼9리), 강민호(2할8푼9리) 등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은 3할 언저리를 유지하면서 제 활약을 다해줬다. 홍성흔의 경우, 올 시즌 다소 주춤한 경우가 많았지만, 기어이 3할 타율을 넘어섰다. 또 부상복귀한 김주찬도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84경기서 3할8리를 기록하는 등 큰 힘이 됐다.
문규현의 경우, 타율은 2할4푼2리에 머물렀지만, 7월 한 달간 4할2푼3리라는 맹공을 과시하며 팀타선이 침체돼 있을 때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문규현이 수비 부담이 많은 주전유격수인 점을 감안하면, 올 시즌 그 역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2011년에도 롯데의 방망이는 여전했다. 화끈함으로 무장해 사직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제 관건은 플레이오프서도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단기전은 투수전으로 벌어지는 양상을 띠지만, 타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만 한다면 분명 유리하게 판세를 이끌어갈 수 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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