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정대현(33)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때 국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었다.
한국 프로선수가 빅리그로 직행한 사례가 없었던 점을 들어 걱정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미국이 바라보는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우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정대현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며 볼티모어 입단을 확정지으며 한국 야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아직 구단 차원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2년 320만 달러라는 몸값, 그리고 스플릿 계약이 아닌 메이저리그 계약을 보장받았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정대현의 메이저리그행이 가능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지한파'들의 도움이다. 볼티모어에는 최근 댄 듀켓 전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이 새로 부임했다.
듀켓은 보스턴 시절 한국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인물이다. 최경환을 시작으로 이상훈, 김선우, 조진호, 송승준, 채태인이 듀켓 휘하 스카우트팀에 발탁돼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보스턴의 동아시아 스카우트를 전담한 인물이 레이 포인테빈트 전 국제 담당 이사다. 정대현은 미국행 물꼬를 트기 위한 에이전트로 포인테빈트를 선임했다. '듀켓의 오른팔'로까지 불린 포인테빈트가 전면에 나서면서 빗장이 풀렸고, 가장 말이 통하는 듀켓의 볼티모어가 관심을 보이면서 정대현의 미국행은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여기에 볼티모어의 구단 방침도 정대현이 합류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이다. 듀켓은 취임 일성으로 이번 겨울 값비싼 메이저리그 FA 영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C.J. 윌슨, 마크 벌리 같은 고액 연봉 투수들은 물론 3년 이상 계약을 원하는 FA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현재 볼티모어는 투수진 보강이 시급하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그친 볼티모어는 팀평균자책점(4.89) 부문 리그 꼴찌였다. 불펜진 방어율(4.18)도 14개팀 중 13위에 그친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대현의 존재는 매력적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선 보기 힘든 정통 언더핸드라는 희소성, 각종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실력은 탐을 낼 만했다. 여기에 길지 않은 계약 기간과 적당한 몸값 또한 구단의 입맛에 들어맞은 결과 입단이 결정된 것이다.
정대현은 예정된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는 대로 계약이 공식 확정된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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