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대부분 구단들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지만 국내에서는 조용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연봉 협상을 마치지 못한 선수들의 대리인과 구단 간 밀고 당기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K리그의 화두는 '생존'이다. 스플릿시스템 도입으로 최소 2개 내지는 최대 4개 구단이 내년부터 2부리그로 강등 당하게 된다. 각 구단은 최상의 전력 구축에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억'소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이 거침없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조금이라도 즉시 전력감이라고 평가되면 큰돈이 떨어지고 있다.
우승팀 전북 현대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지난해 주전 내지는 교체로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우승에 공헌했던 이들은 대부분 연봉이 상승했다. 전년대비 2배의 연봉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선수들은 팀을 떠나는 것을 원치 않고 구단도 비슷한 생각이라 금액이 조정되고 있지만 몇몇 선수와는 연봉을 놓고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다.
소위 우승팀 효과다. 더군다나 새로 영입한 김정우의 연봉이 옵션 등을 포함해 10억원을 넘는다는 이야기가 선수들 사이에 전해지면서 재협상을 고민하는 이들까지 생겼다는 후문이다.
우승 후 전북과 비슷한 사례를 겪었던 A구단 고위 관계자는 "100% 인상은 기본이다. 선수 측에서 제시한 금액대로 주지 않을 경우 전지훈련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경우가 많다. 타 구단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말로 구단의 조바심을 자극한다"라고 협상의 어려움을 전했다.
에이전트들은 협상의 전략이자 자신의 고객인 선수들을 위한 최선의 노력이라고 항변한다. 수준급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에이전트 B씨는 "선수들은 자신의 연봉이 적게 오르면 언제든지 조용히 에이전트와의 관계를 끊고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당연히 무슨 짓이든 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나마 기업구단들은 모기업의 자금 지원 등으로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시도민구단들의 사정은 다르다. C구단의 경우 5천만원을 받던 선수의 연봉을 한 시즌 뛰어줬다는 이유로 1억원으로 인상해줬다. 공격포인트나 포지션 공헌도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선수층에 '사기 진작'이라는 이유로 대우를 해줘야 했다.
이 구단 관계자는 "대부분의 몸값이 올랐다. 전체 팀 운영비를 놓고 보면 70% 가까운 수준이다. 이래서 구단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마케팅팀에서 스폰서 유치를 위해 뛰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서 안타깝다"라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시도민구단은 자치단체장과 의회의 눈치도 봐야 한다. 시즌 종료 후 구단 감사 등에서 인건비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D구단 연고지의 한 의원은 "성적도 좋지 않은데 무슨 억대 연봉자가 이리 많으냐"라며 구단 사장을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K리그는 구단 운영비에서 선수들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대부분 60% 이상이다. 한 구단은 몇 년 전 80%에까지 육박해 줄일 것은 줄여가며 선수들 연봉 보전에 올인해 현재는 70%까지 떨어뜨렸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승부조작 파문으로 주요 선수들이 다수 이탈한 뒤 팀마다 전력 수급에 애로를 겪으면서 연봉 상승 요인이 갖춰졌다. 미래를 내다보며 유망주들을 발굴, 육성하는 구단 운영은 꿈 속에서나 벌어지는 일처럼 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인건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은 휴지조각이 됐다. 선진 리그처럼 선수 인건비가 구단 운영비의 40%~50% 정도의 비율이 되게 맞추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다.
K리그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이 자진해 적당한 몸값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E구단의 사장은 "현재 K리그 선수들의 몸값은 여러 가지로 왜곡된 부분이 많다. 상생하기 위해서라도 선수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고 구단도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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