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올해 들어 취재진들로부터 색다른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바로 메이저리거 출신 '핵잠수함' 김병현의 훈련 태도 및 성격은 어떻느냐는 것. 사실 다른 선수를 두고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황당하겠지만, 그 대상이 김병현인 터라 김시진 감독은 사뭇 진지해진다.
김병현에 대한 기존 이미지는 국내 현역 감독들과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도 '악동' 그 자체다. 뿐만 아니라 '이단아', '반항아' 등이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었다. 메이저리그 시절 때의 각종 사건과 언론을 기피하는 그의 평소 행동으로 인해 이런 이미지는 고착화됐고, 언제부턴가 김병현은 주변인들에게 편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김병현 영입 후 넥센 선수단도 처음에는 불편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대스타의 합류라는 점 외에도 세상에 알려진 김병현의 이미지가 '융화'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팀 창단 후 고난의 길을 걸어온 선수들로서는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김병현과 마주하기가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가 막바지에 이른 지금은 모두가 김병현과 웃음을 던지며 이야기꽃을 피울 정도로 친해졌다. 매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도 함께 테이블에 앉아 즐겁게 밥을 먹고, 야구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전혀 이질감이 없다.
김시진 감독도 처음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김 감독은 예전 김병현의 부탁을 받고 훈련을 지도하기로 하는 등 접촉이 있었지만, '특별과외'였던 탓에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지금과는 다른 상황이었다.
때는 2010년 겨울. 소속팀이 없던 김병현은 목동구장 감독실을 찾아 김시진 감독에게 부탁을 했다. 개인훈련은 아무래도 쉽지 않아 스프링캠프 때 넥센 선수단에 합류해도 되겠느냐는 것이다. 김 감독은 예의바르게 부탁한 김병현을 기특하게 생각하며 허락했고, 그는 1월말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김병현이 일본 라쿠텐과 계약을 하는 통에 이 약속은 무산됐다.
당시 김병현은 김시진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죄송하다는 연락을 했고, 김 감독은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그를 보고 '괜찮다'고 웃어넘겼다. 김 감독은 이 때를 회상하며 "병현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차분한 친구였다"고 전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넥센 선수가 된 김병현을 보고 김시진 감독은 또 한 번 놀랐다. 지독한 연습벌레였던 것이다.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물론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는 등 훈련의욕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달 29일 가고시마에서는 비가 내렸고, 예정됐던 롯데와의 연습경기는 취소됐다. 때문에 넥센 선수단은 오후에 롯데 선수단이 쓰는 가모이케 실내연습장을 빌려 운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은 휴식을 취한 반면 김병현은 호텔에서 매트를 깔아놓고 스트레칭을 하며 땀을 흘렸다. 김시진 감독은 "어쩌다가 이런 게 아니고 자주 보는 장면이다. 병현이는 오히려 우리가 훈련을 자제시켜야 할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런 날들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선수들도 김병현에게 마음을 열었다.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선수들은 '이래서 메이저리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김병현 역시 동료 후배들에게 살갑게 대하면서 합류 당시의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졌다. 신인 사이드암 한현희가 정민태 코치에게 야단을 맞고 있는 모습을 보자 김병현은 잠시 지켜보고는 "잘 새겨들어, 다 도움이 되는 얘기야"라고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한다. 또 버스 이동시 정민태 코치의 짓궂은 농담에도 곧바로 받아쳐 선수단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김시진 감독은 "병현이를 두고 이단아라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더라.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친구다. 모든 것이 오해였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모 고참 선수 역시 "처음에는 색안경을 끼고 봤는데, 알고보니 좋은 선수다"라고 동료애를 과시했다.
넥센 유니폼을 입고 동료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병현은 이제 전혀 어색함이 없다. 혹시라도 팀내 불화를 일으킬까 걱정했던 김시진 감독은 흐뭇한 미소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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