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류중일 삼성 감독이 "이승엽과 박찬호에 거는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기를 지난 기량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류 감독은 20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이승엽의 상태가 많이 올라왔다"며 "70∼80% 정도 올라온 것 같은데, 본인은 아직 만족 못하는 모양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수들보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우던 2003년의 이승엽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이미 1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몸 상태나 근력, 순발력 등이 다 떨어졌다. 그 때의 이승엽이 아니다. 복귀한 이승엽을 두고 여전히 같은 성적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주위 사람들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힘이 남아 있을 때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는 이승엽의 말에도 공감의 뜻을 밝혔다. 류 감독은 "본인도 국민에게 여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겠나. '국민 타자'라는 수식어에 대한 기대감을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면 된다.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승엽과 함께 박찬호(한화), 김태균(한화), 김병현(넥센) 등 거물급 해외파 선수들이 일제히 복귀하면서 프로야구 흥행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규시즌이 아닌 시범경기임에도 매 경기 1만여 명에 가까운 관중이 들어차면서 관심도를 입증했다. 류 감독은 이같은 높은 관심에 따를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잘하면 박수를 보내겠지만, 혹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다면 기대만큼 실망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승엽뿐 아니다. 류 감독은 "박찬호가 잘 던졌으면 좋겠다"면서 포용의 뜻을 드러냈다. 그는 "'역시 박찬호구나'하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박)찬호가 잘 던졌으면 좋겠다. 부진하면 '한물갔네'라는 말이 나올 것 아닌가. 잘하면 박수를 쳐주겠지만 못할 때도 아름다운 승리자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박찬호는 변화구가 좋다. 공이 느린 편도 아니다. 무엇보다 풍부한 경험이 있지 않나. 부상 없이 선발로 20∼25번 정도 나온다고 가정한다면 10승은 무난히 하지 않겠나"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김태균과 김병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류 감독은 "김태균은 아직 젊으니 잘할 것이고, 김병현도 지난 WBC 때 공이 홈플레이트에서 노는 모습을 보니 한국에서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응원했다.
칭찬 일색이던 류 감독의 표정이 잠시 멈칫했다. 박찬호의 10승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다. 그 10승의 제물에 삼성도 포함되는 거냐는 질문에 류 감독은 "한화에 많이 졌는데, 또 지라고?"라면서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삼성은 지난 시즌 한화와 롯데를 상대로 가장 적은 9승을 올린 바 있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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