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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서 반성문 쓰던 이민재, 감격의 '1군 데뷔전'


[정명의기자] 올 시즌부터 LG 트윈스의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은 LG의 2군 감독 출신이다. 2군 선수들의 노력과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올 시즌 LG의 1군 엔트리에는 2군에서 올라와 새롭게 이름을 알리는 선수들이 많다. 지난달 31일 1군 데뷔전을 치른 외야수 이민재도 그 중 한 명이다.

이민재는 이날 사직 롯데전에서 전날 손목 부상을 입은 양영동을 대신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데뷔 첫 1군 엔트리 등록에 2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까지 했다.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른 이민재는 3회초 좌전안타를 터뜨리며 프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4타수 1안타의 데뷔전 성적.

이민재가 안타를 터뜨리자 김기태 감독은 직접 덕아웃에서 나와 그 공을 챙겼다. 이민재에게 기념공을 챙겨주기 위해서였다. 보통 신인급 선수들이 데뷔 첫 안타를 기록할 경우 선배들이 기념공을 챙겨주는 것은 자주 볼 수 있지만 감독이 직접 나서는 것은 보기 드문 케이스다.

사실 이민재와 김기태 감독은 각별한 인연이 있다. 홍익대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 테스트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던 이민재에게 기회를 준 이가 다름아닌 김 감독이다. 2010년 8월, 김 감독이 2군 감독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신고선수로 LG 유니폼을 입게 된 이민재는 김 감독으로부터 성실한 자세를 높이 평가받아 2군에서 출장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이민재가 퓨처스리그에서 기록한 성적은 100경기 출전, 타율 3할6리 2홈런 35타점 23도루. 100경기는 지난해 LG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퓨처스리그 출전 경기 수다.

야구를 그만둘 뻔한 위기를 넘긴 이민재는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기량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결국 신고선수에서 정식선수로 계약이 됐고, 올 시즌을 앞두고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중도에 귀국하긴 했지만 "2군에서 경기에 뛰며 경험을 쌓으라"는 김 감독의 배려 차원이었다.

우연히 기자는 LG 캠프 취재 후 귀국 길에서 이민재와 비행기 옆 좌석에 동승하게 됐다. 아무리 이유가 그럴싸해도 캠프에서의 중도 귀국은 기분 좋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민재는 어두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구리 말고 잠실에서 만나자"는 그의 말은 올 시즌 반드시 1군에 올라가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개막 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1군 무대를 밟으며 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자신의 '은인'이라 할 수 있는 김기태 감독과의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이민재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자신의 생애 첫 홈런을 기록했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 시절에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손맛을 퓨처스리그에서 경험한 것이다. 이민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첫 홈런을 기록하던 당시 벤치에서는 타격 사인이 나가지 않았다. 말하자면 사인 미스가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 2군 사령탑 시절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이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 반성문 50장을 쓰게 했다. 홈런을 친 이민재에게도 반성문 50장이 주어졌다. 이민재는 "정말 기분 좋게 반성문을 적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올 시즌에도 이민재는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2푼3리 11타점 4도루를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었다. 2루타 8개, 3루타 5개 등 빠른 발을 이용한 장타 생산도 쏠쏠했다. 결국 준비된 모습이 1군의 부름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선수 기용에 있어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다. 무명이라도 근성 있고 성실한 자세의 선수들이 중용된다. 이민재가 1군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야구를 그만둘 위기에서 포기하지 않는 노력으로 프로 1군 무대를 밟으며 안타까지 쳐낸 이민재. 그런 이민재의 노력과 잠재력을 놓치지 않고 기회를 준 김기태 감독. 올 시즌 LG가 강해졌다는 평가 뒤에는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과 그런 선수들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는 사령탑이 있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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