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타구 방향을 봤는데 파울이 될 거 같더라구요."
두산 베어스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돼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성열은 11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성열은 2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첫 타석에 섰다. 그는 상대 선발 데이브 부시가 던진 2구째를 잡아당겼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는 높은 포물선을 그렸고 문학구장 오른쪽 폴대 옆을 지나 담장을 넘어갔다.
이 때 1루심은 홈런 사인을 냈다. 이성열이 이적 후 첫 타석에서 투런홈런을 기록한 순간. 그러나 이 판정은 곧 번복됐다. SK의 요구로 실시된 비디오판독 결과 이성열의 타구가 폴대 안쪽이 아닌 바깥쪽으로 살짝 벗어난 것으로 판명됐다.
아쉬움을 접고 다시 타석에 선 이성열은 결국 병살타로 물러났다. 그는 이날 4타수 무안타 1타점에 그쳤다.
이성열은 경기가 끝난 뒤 "이적 후 첫 경기라 그런지 긴장을 했다"며 "이 때문에 마음에 드는 경기를 하지 못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첫 타석에서 공을 칠 때는 홈런이길 바랐는데 타구가 날아가는 방향을 보니 파울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쉬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넥센 데뷔전에서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성열이 첫 타석에서 보여준 타구는 팀이 거는 기대에 걸맞았다. 넥센 박흥식 타격코치는 이성열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싱글벙글이다.
박 코치는 "이성열은 펀치력만큼은 검증된 선수"라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 한 시즌 24홈런을 쳤던 선수다. 그 페이스를 다시 찾고 목동구장에서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뛴다고 가정하면 30홈런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이성열은 두산 시절이던 지난 2010년 24홈런을 기록했다. 박 코치는 "두산으로 간 오재일도 장타력에서는 유망주로 꼽혔다. 그러나 이성열 또한 그 부분에서 뒤처지지 않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박 코치가 이성열을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박병호라는 이적 성공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는 LG 트윈스 시절부터 거포 유망주로 꼽혔다. 그러나 LG에서 좀처럼 잠재력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넥센으로 팀을 옮긴 뒤 잠자던 거포본능이 깨어났다. 박병호는 이날 SK전에서 시즌 17호 홈런을 날렸다.
박 코치는 "(이)성열이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 시즌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한다면 좀 더 강력한 타선을 꾸릴 수 있다"고 웃었다. 이성열이 '제2의 박병호'로 자리를 잡아 트레이드의 성공사례를 보탤 수 있을지, 그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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