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혜림기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예요. 보고 났을 때 기분 좋은 그런 영화요."
배우 민효린은 2012년 두 편의 영화로 관객들을 찾는다. 지난 7월 개봉한 '5백만불의 사나이'와 오는 8일 개봉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까지, 지난 1년 간 쉼 없이 흘린 땀방울로 스크린을 적시는 중이다. 복고 열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모은 '써니'에서와 마찬가지로, 민효린은 크지 않아도 색깔이 있는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추위 속 촬영, 따뜻한 선배들 덕에 버텼다"
"지금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얼음이 당시엔 그렇게 귀한 것인지 몰랐어요. 얼음을 훔치는 이야기라고 하니 많은 분들이 '도둑들'과 비교를 하시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보다 아날로그적인 면이 있죠. '도둑들'의 주인공들이 과거를 살았다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금보다 얼음이 귀했던 조선시대, 얼음 독점권을 차지하려는 좌의정에 맞선 덕무(차태현 분)와 동수(오지호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얼음을 훔치기 위해 나선 이들의 프로젝트에 한양의 돈줄 수균(성동일 분),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분), 폭탄 제조 전문가 대현(신정근 분), 변장술의 달인 재준(송종호 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소집돼 웃음을 더한다. 민효린은 동수의 여동생이자 잠수전문가 수련 역을 연기했다.
영화의 기자간담회장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배우들은 한결같이 거센 추위와 싸웠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민효린은 산 속 동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촬영하며 "춥고, 춥고, 또 추운 날씨에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동굴을 직접 파서 들어가 촬영을 했는데, 말도 못하게 추웠어요. 동굴 바닥의 한기로 발이 깨질 정도였거든요. 너무 추우니 방한 제품도 통하질 않았어요. 그야말로 '멘탈붕괴'에 제 정신이 아니었죠. 그래도 서로 진심으로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선배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어요. 정말 따뜻한 분들이예요."
◆"차태현과 인공 호흡 장면, 애초에 없었다"
민효린이 연기한 아리따운 해녀 수련은 잠수 전문가인 동시에 덕무가 한 눈에 반한 여인이기도 하다. 극의 클라이막스에서 두 사람은 아찔한 인공 호흡 장면을 연기하며 러브라인을 펼친다. 민효린은 "인공 호흡 장면은 애초에 없었지만 나중에 만들어진 신"이라며 "촬영 당일, 현장에서 인공 호흡 장면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고 회고했다.
"처음에는 '구출해낸다'는 내용만 있었는데, 뭔가 더 없을까 하는 논의가 있었어요. 저는 그 장면이 생겼다는 걸 현장에서 알고 촬영을 했죠. 차태현 선배와의 인공 호흡 장면이라니, 사실 정말 좋았어요. 물론 유부남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요.(웃음) 제가 마음속으로 그리는 배우상이 있다면 바로 차태현 선배거든요. 진실하고 꾸밈없는 사람이예요. 그런 분과 인공 호흡 장면을 찍을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요?"
아이처럼 웃으며 이야기하는 민효린에게 차태현이 출연한 KBS 2TV '승승장구'를 보았는지 물었다. 최근 방송된 '승승장구'에서 차태현은 아내가 베드신을 원하지 않아 앞으로도 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차태현의 부인은 녹화 중 전화 연결을 통해 노출 장면이 싫다는 의사를 명확히 해 웃음을 줬다.
차태현의 '승승장구' 출연분에 대한 기자의 이야기를 들은 민효린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회로 (인공 호흡 장면이지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장난 섞인 멘트를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차태현의 부인을) 이해할 수 있다"며 "제 입장에서 남편이 여배우와 러브신을 촬영한다고 하면 반대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경쟁작 배우들' 이정재·이하나와 인연
민효린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스크린 대결을 펼칠 경쟁작 배우들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영화 '써니'에서 호흡을 맞춘 남보라, 김예원은 지난 25일 개봉한 호러 옴니버스 '무서운 이야기'로 관객을 찾았다. MBC 드라마 '트리플'에서 남매로 분했던 이정재는 '도둑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확실히 훔쳤다. '트리플'에서 사제지간을 연기한 이하나 역시 오는 15일 '알투비:리턴투베이스'로 극장가 점령에 나선다.
"홍보 일정으로 바빠 '도둑들'을 포함해 많은 영화들을 아직 못봤어요. 이정재 선배가 나오시니 시간이 나면 꼭 챙겨 봐야죠. 최동훈 감독님 팬이기도 하고요. 이하나 언니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사회에도 와 주셨어요. 첫작품인 '트리플'을 찍을 때, 공동 작업이 처음이라 힘이 들었는데 하나 언니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제가 낯을 심하게 가리는데다 다들 쟁쟁한 선배들이라 쉽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언니가 먼저 다가와 주셨죠. 지금까지도 교류를 한다는 게 무척 고마운 일이예요."
인형 같은 외모 탓에, 민효린은 많은 사람들에게 차가운 인상의 깍쟁이로 비춰진다. 가까이서 보면 더욱 오뚝한 콧날, 하얀 피부, 가녀린 몸매는 '천상 연예인'으로 불릴 법한 이미지다. 그러나 마주한 그와 나눈 한 시간의 수다는 더없이 소탈하고 담백했다. 예쁘기만 한 인형보다는, 오랫동안 곁에 둔 옆집 친구같은 느낌이었다.
"받아주신다면야 연기는 오래 오래 하고 싶어요. 민효린으로서 빨리 답을 내려고 큰 역할을 하기보다, 작은 역들도 하면서 배우고 싶거든요. 분량보다는 마음을 움직이는 캐릭터에 모험을 거는 스타일이예요."
스무살 때 꿈을 찾아 대구에서 상경한 민효린은 "처음 서울에 왔을 땐 길을 지나가는 행인에게 '친구하자'고 말하고 싶었을 만큼 외로웠었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서울행은 마음을 터놓을 친구 한 명 없이 홀로 선택했던 길이었다.
7년 전, 서울을 향한 모험을 시작했던 그는 어느덧 연기와 작품을 통해 모험을 하는 배우가 됐다. 앞으로 민효린이 연기할 무수한 캐릭터들은 또 어떻게 그의 내면을 모험하게 만들지, 내심 궁금해졌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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