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몸상태는 그저 그랬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경험을 믿은 홍명보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알려줬다.
'베이비 지(Ji)' 지동원(23, 선덜랜드)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들쭉날쭉한 출전으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 첼시 등 강팀들을 상대로 골맛을 봤지만 소속팀의 마틴 오닐 감독은 좀처럼 그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새 시즌을 앞두고 오닐 감독은 지동원에게 올림픽대표 차출을 허락하면서 '한 수 배우고 오라'는 아량(?)을 베풀었다. 올림픽 무대 경험이 소속팀 선덜랜드에서도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나름의 의도에서였다.
오닐 감독은 지난달 피스컵 참가차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지동원은 기술이 정말 좋은 선수다. 그렇지만, 체력이 약하다. 좀 더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라며 올림픽 출전을 통해 기량 발전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결국, 지동원은 5일 오전(한국 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오닐 감독을 실망시키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영국과 가진 2012 런던 올림픽 축구 8강전에서 전반 29분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오재석(강원FC)이 연결한 패스를 미드필드 왼쪽에서 묵직한 슈팅으로 연결시켜 영국의 골망을 갈랐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교체로 나오던 지동원이었다. 주전 자리는 김보경(카디프시티)이 차지해 선발로 나서며 스위스와 2차전서 골을 넣는 등 좋은 활약을 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영국전을 맞아 높이에 대항하기 위해 지동원을 내세웠다. 지동원은 박주영과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공간 창출에 집중했다.
움직임은 너무 좋았다. 전반 14분 첫 왼발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기는 했지만 잘 노렸다. 이후 29분 영국을 뒤흔드는 호쾌한 선제골을 만들었다.
후반에도 지동원의 움직임은 좋았다. 31분에는 구자철의 침투 패스를 놓치지 않고 슈팅해 골망을 흔들었다.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영국의 플랫4 수비를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었던 동선이었다.
이후 지동원은 연장 전반 14분 백성동으로 교체돼 물러났다. 한국은 1-1로 비긴 다음 승부차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는데, 지동원의 골이 사상 첫 4강 진출의 초석이 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오닐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동원의 활약이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카디프(영국)=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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