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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공모자들', 마흔 앞둔 내 연기인생의 전환점"(인터뷰)


오는 30일 개봉하는 '공모자들'로 악역 변신

[권혜림기자] "올해 만으로 38세인데, 마흔을 앞두고 '공모자들'을 하게 된 건 참 행운이예요. 하늘에서 누군가 때마침 내려 준 영화 같아요.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도록요."

임창정의 눈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종종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MC보다 더 크게 시청자들을 웃기곤 하던 그 때의 눈빛이 아니었다. 임창정은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될, 만듦새가 아주 좋은 영화"라고 '공모자들'을 설명했다.

"데뷔작 '남부군' 이후로 이렇게 고생한 영화는 처음이예요. 태어나 처음으로 뼈도 부러진데다 11월에서 2월까지 촬영을 했으니 하루도 포근한 날이 없었죠. 김홍선 감독은 욕심이 많아요. 이번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4~5천 커트를 찍었을 정도예요. 그래서 제가 "시키는대로 할 테니 이 영화 안 되면 너랑 나랑 같이 죽자"고 했던 거고요. 저희 집에서 스태프들과 함께 영화 편집본을 봤는데, 그 때야 서로 부둥켜 안았어요. '공모자들'이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준 것 같아요.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자 아주 큰 사건이 될 만한 영화예요."

◆"장기밀매 소재…수위 낮추고 상상에 맡겼다"

'공모자들'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 조직적으로 매매하는 기업형 범죄 집단의 실체를 그렸다. 법망이 미치지 않는 공해상에서 평범한 일반인이 장기밀매의 희생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담는다. 임창정은 밀매 조직에 속한 인물 영규로 분한다. 예고 영상을 통해 공개된 극중 그의 눈빛은 서늘하면서도 강렬했다. 악역 변신에 대한 우려는 들지 않았다. 탄탄하게 쌓아 온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꿋꿋하게 저를 택해 준 감독에게 정말 감사해요. 영화를 보고 나선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죠.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유한 이미지의 제게 강인한 이미지의 역을 선뜻 맡겼잖아요. 주위의 반대가 있었을텐데 모험을 택한 거죠. 이제 많은 분들이 더 심한 악역도 믿고 맡겨주실 것 같아요."

영화가 공개되기 앞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임창정은 최다니엘, 오달수 등 동료 배우들과 끝도 없는 현장 고생담을 털어놔 감독을 민망케 만들었다. 특히 뼈가 부러진 상태로 안전 장치 없이 본네트에 매달렸다는 임창정의 증언이 화제를 모았다. 영화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독과 배우 사이의 전형적 기싸움이었다.

오기가 발동해 '안전 장치 없이 하겠다'고 말한 임창정과, 말리는듯 하다가 결국 수락을 해버린 김홍선 감독은 촬영 기간 동안 수없이 부딪히며 작품을 만들어갔다.

"감독이 '영화를 끌어가는 구심력을 양보해달라'고 청했어요. 임창정을 내려 놓고, 자신이 그릴 그림의 연필이 돼 달라는 거죠. 연기자들은 표현 욕심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것들을 다 내려놔달라는 이야기였어요. 결국 '시키는대로 한다. 대신 영화가 안나오기만 해 봐라'하고 말했던 거고요. 소재에 대해서도 많이 논의했어요. 소재 자체는 엽기적이지만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배제하자고 이야기했죠. 아마 시나리오대로 찍었으면 상영되냐 마냐의 문제까지 갔을텐데 표현 수위를 많이 낮추고 관객들의 상상에 맡겼어요. 그렇지만 소재가 워낙 비인간적이니 '이렇게 나빠도 되나'하는 생각을 지울 순 없었죠."

◆"엔터테이너로 만들어 준 터전에 감사"

임창정은 "우리 주변에서, 나 자신에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무섭다"는 말로 영화의 소재가 주는 긴장감을 설명했다. 그는 "배 안에서 가족을 잃어버렸는데 모두 남의 일로만 여긴다고 생각해보라"며 "절규하는 사람을 두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 그 현실이 가장 섬뜩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자들'을 본 관객들이 '좋은 일이든 아니든, 모든 일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현실에서,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남의 일로만 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뉴스를 보며 '저런 일이 있냐'하고 지나치지만 그런 일을 실제로 겪는 분들이 계신 것처럼요. '공모자들'은 '장기밀매 조직을 낱낱이 파헤친다' 식의 영화가 아니고, 그렇게 사회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예요. 중후반에 숨겨진 반전 역시 깜짝 놀랄만 하고요."

임창정은 연기, 노래, 남다른 예능감까지, 비슷한 케이스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재주가 많은 사람이다. 여러가지를 적당히 잘 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정점을 찍을 만한 재능을 풍부하게 갖췄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요즘 흔하게 쓰이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은 임창정의 활약을 필두로 두루 쓰이기 시작했다. 올 가을 영화 '창수' 홍보를 마칠 즈음엔 가수로도 복귀할 예정이다.

자신감에 가득 차 영화에 대한 기대를 잔뜩 높여놓은 그는 질문의 화살이 자기 자신을 향하자 시종일관 겸손한 답을 내놨다.

"엔터테이너라는 건 TV나 영화, 음악 분야 등 어디에서나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인물이겠죠. 제게 재능이 있는 거라면, 하늘에 감사할 수밖에요. 낳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요.(웃음) 여러 곳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만들어 준 관계자들에게도 고맙죠. 음반도, 연기도, 제게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열심히 했던 거예요. 해 보지 않았다면 제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을 테니까요."

지난 23년 간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던 임창정의 등골 서늘한 변신이라니, '공모자들'은 그 사실만으로도 구미가 당길 만한 영화다. 오는 30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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