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숙기자] "(박)정권아, (이)호준아. 감독님께서 부르신다."
SK는 한국시리즈 경기가 없었던 30일 문학구장에서 자율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을 앞두고 SK 주장 박정권과 고참 이호준이 감독실로 호출됐다. 장비를 들고 그라운드로 나서려던 두 선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둘은 챙겼던 배트와 글러브를 놓고 감독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1분여쯤 지난 뒤 두 선수가 장비를 챙겨 들고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이윽고 사복 차림의 이만수 감독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자율 훈련이라 일부러 사복을 입었다. 감독이 유니폼 입으면 자율이 아니지 않나"라며 사복 차림을 하고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 감독이 박정권과 이호준을 감독실로 부른 이유는 무엇일까. "고마워서 불렀다. 여기까지 온 것은 너희 덕분이다. 우리가 원했던 것을 해보자. 앞으로 길어야 3경기 남았다." 이 감독이 전한 이야기였다. 이어 이 감독은 "이야기를 마치니 1분도 안 되더라. 선수들이 멋쩍어하길래 '그냥 고맙다고 인사한 거다'라며 가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SK는 대구서 먼저 2패를 당한 뒤 홈에서 2연승을 거두며 반격에 성공했다. 3차전이 비로 하루 밀리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SK 쪽으로 넘어왔다. 이제 남은 3경기서 먼저 2승을 거두는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SK는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2패 뒤 4승연 우승한 반전 시나리오를 다시 구상하고 있다.
이 감독은 계속 긍정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하늘이 도와줬다. 원정 경기였다면 우리에게 불리했을 것이다. 다행히 홈에서 2승을 거뒀다. 가족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발 송은범을 불펜으로 돌리면서 완성된 탄탄한 중간 계투진도 만족스럽다. 이 감독은 "송은범과 박희수, 정우람으로 충분히 4회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선발 투수가 5회만 책임지면 답이 나온다"며 흐뭇해했다. 성준 코치의 보고에 따르면 3차전에서 최형우에게 3점 홈런을 맞았던 채병용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마무리 정우람도 마음을 다잡았다. 롯데와 플레이오프에서 홈런과 밀어내기 볼넷 등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곧 중심을 잡았다. 정우람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9회를 공 15개로 막고 첫 세이브를 거뒀다.
정우람은 "앞에 (송)은범이 형과 (채)병용이 형이 대기하고 있으니 든든하다. 그동안은 나와 (박)희수 형에게 집중됐는데, 이제 상대도 우리 불펜을 껄끄러워할 것"이라며 "마음이 편해져 투구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2승만 더하겠다"는 정우람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느껴졌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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