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 시즌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는 초반부터 FC서울, 전북 현대 등 강호들을 잇따라 꺾으며 상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시즌 초반만 해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5일 수원월드컵기장에서 수원 삼성과 2013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에서 만난 인천의 김봉길 감독은 여유있는 얼굴이었다. 그는 "올해는 부상자가 설기현 등을 제외하면 (주요 전력에서는) 한 명도 없다"며 순항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인천은 12명이나 부상이었다. 돌아가면서 아프다고 하니 속이 탈 노릇이었다.
인천의 현재 전력은 탄탄하다. 다른 구단들이 매 경기마다 두세 명씩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과 달리 인천은 선발진이 고정되어 있다. 기껏해야 이천수와 남준재가 번갈아 선발과 교체를 오가는 정도다.
인천은 공격에 이천수, 미드필드에 김남일 등 경험 많은 이들이 버티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이들을 믿고 따르다보니 안정성이 생겼고 디오고, 찌아고 등 외국인 선수들이 적절히 팀에 녹아들고 있다. 여기에 신인 이석현이 맹활약하면서 정상급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위 스플릿에서 고생했던 경험이 올해 인천에는 보약이 됐다. 김 감독은 "정말로 하위리그는 가기 싫다. 매 경기 피가 말린다. 선수들도 밑바닥을 경험했으니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완전한 강팀이 되려면 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수원 징크스다. 인천은 수원에 최근 3연패를 당했다. 상대전적에서도 3승5무15패로 절대 열세다. 잘 나가다가도 수원만 만나면 꼬리를 내렸다.
하필, 이날 수원전은 관중 많은 어린이날 원정경기라는 점에서 더 어려웠다. 수원은 역대 어린이날 경기에서 7승1무3패로 강한 면모를 보인 팀이다.
김 감독은 이런 점에 대해서는 별 것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그는 "오늘은 수원의 어른들을 울려야겠다"라며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술 더 떠 "그동안 우리 선수들이 너무 많이 봐준 것 같다. 수원만 만나면 작아졌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김 감독의 마음과 달리 수원은 역시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수원에서 뛰다 안 좋은 모양새로 이적한 경력이 있는 인천의 김남일, 이천수는 볼을 잡을 때마다 수원 홈팬들의 야유를 들어야 했다. 김남일은 후반 37분 오장은에게 강한 태클을 시도하다 경고를 받은 뒤 수원 서포터 그랑블루로부터 "배신! 배신! 김남일"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수원 선수들은 몸을 날려 수비했다. 곽희주는 인천 공격수 디오고와 공중볼 경합 도중 이마가 찢어져 붕대를 감고 뛰는 등 혈전을 벌였다. 투쟁심에 있어서는 인천이 수원에 밀렸다. 결국, 정대세가 결승골을 터뜨린 수원의 1-0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인천이 계속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원이라는 벽을 반드시 무너뜨려야 함을 확인한 경기였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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