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 프로배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블루칩'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이강주는 타구단 협상 마감일이던 지난 20일 삼성화재와 계약했다. 이강주에겐 두 번째 이적이자 친정팀으로 복귀다.
이강주는 경기대를 졸업한 뒤 지난 2005년 삼성화재에서 프로 데뷔했고 상무(국군체육부대)를 거쳐 우리캐피탈(현 드림식스) 창단 멤버로 합류했다.
현재 이강주는 남자배구대표팀에 소집돼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표팀 부동의 리베로 여오현(현대캐피탈)의 뒤를 이은 그는 후배 부용찬(LIG 손해보험)과 함께 훈련 중이다.
대표팀은 21일 중국 상하이 클럽팀을 상대로 평가전을 가졌다. 연습경기였지만 대표팀은 상대와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치렀고 이강주는 부용찬과 함께 교대로 리베로 자리에서 뛰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강주를 만났다. 2012-13시즌을 한창 치르고 있을 때와 견줘 살이 많이 빠졌다. 이강주는 "최근에 잠을 잘 못잤다. 그래서 살이 빠졌나 보다"고 웃었다. 이강주에겐 드림식스를 떠나 삼성화재로 복귀하는 것이 일종의 금의환향인 셈이다. 그런데 표정이 조금은 어둡다.
이강주는 "(여)오현이 형이 이적하는 바람에 마음이 좀 그렇다"고 했다. 이강주와 함께 FA 자격을 얻었던 여오현은 같은 날 현대캐피탈과 전격 계약했고 정들었던 삼성화재 유니폼을 벗게 됐다.
이강주는 "오현이 형과 함께 꼭 우승을 차지하고 싶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당초 이강주에게 적극적인 영입의사를 보낸 팀은 삼성화재가 아닌 현대캐피탈이었다. 이강주도 그래서 고민을 했다. 그는 "하지만 삼성화재 쪽으로 마음이 더 끌렸다"고 말했다.
이강주는 "현대캐피탈에 가기엔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오현이 형이 있는 삼성화재로 가게 되면 더 많이 배우고 코트에서도 심리적으로 좀 더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면서 "그런데 오현이 형이 떠나버렸다"고 얘기했다. 결과적으로 이강주가 삼성화재로 마음을 굳힌 걸 확인한 현대캐피탈이 협상 마감을 앞두고 여오현에게 적극 구애에 나서 이적을 성사시킨 셈이 됐다.
이강주는 함께 고생을 한 드림식스 동료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내비쳤다. 현재 대표팀에는 신영석, 박상하, 김정환 등 드림식스 선수들이 함께 훈련 중이다. 이강주는 "동료들이 모두 '이적 결정을 잘내렸다'며 '삼성화재에 가서 더 열심히 뛰라'고 격려를 해줬다"고 전했다.
2008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한 팀에서 만나게 된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에게도 계약 사실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뒤인 20일 저녁 전화를 걸었다.
이강주는 "신 감독님은 특별하게 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며 "다시 만나게 돼 반갑다고 하셨다. 현재 대표팀에 있으니까 월드리그 준비를 잘하라고 했다. 신 감독님께 이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대신 삼성화재를 선택한 이강주의 결정을 두고 드림식스에서 함께 했던 박희상 전 감독과 껄끄러운 관계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박 전 감독은 현대캐피탈 코치로 있다. 이강주는 "나도 그런 얘기를 듣긴 했다"면서 "그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해 일어났던 일과 관련해서는 나를 포함한 당시 선수들의 생각도 짧았고 성급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강주는 신 감독과 통화를 한 뒤 박 전 감독에게도 연락을 했다. 박 전 감독은 이강주에게 삼성화재 이적에 대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강주는 "대표팀이 월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팀에서 재활치료도 함께 하고 있다. 오른쪽 무릎 뒤쪽 근육이 좋지 않다. 이강주는 "경기에 못 뛸 정도는 아니다"라며 "월드리그 1주차 상대인 일본에게는 꼭 이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그는 오는 6월 15일 새신랑이 된다. 예비신부와는 당초 2011-12시즌이 끝난 뒤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뒤로 미뤘다. 당시 소속팀 문제와 V리그 코트를 뒤흔든 승부·경기조작 파문 등으로 주변이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그는 "힘든 시기를 함께 보낸 여자친구에게 정말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진천=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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