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저도 납득이 안가더라구요."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투수 김사율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그는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접전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11회초 오지환에게 투런포를 허용했고 롯데는 3-5로 졌다. 김사율은 패전투수가 됐다. 롯데는 다음날인 17일에도 LG에 3-5로 지면서 연패를 끊지 못하고 5연패 침체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김사율의 전반기 성적은 26경기 출전해 2승 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6. 보직이 마무리에서 중간계투로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롯데의 뒷문을 맡으면서 54세이브(6승 7패)나 거뒀던 성적과 비교가 된다.
김사율은 "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데 나까지 그렇게 공을 던져서 면목이 없다. 배려를 해주신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 등 코칭스태프에게도 낯이 서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사율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피홈런이다. 그는 오지환에게 맞은 투런포를 포함해 올 시즌 6개의 피홈런을 기록 중이다. 이미 지난 2011, 2012년 맞은 홈런 숫자(4개)를 넘어섰다.
박빙의 상황에서 경기 후반 주로 등판하는 그는 홈런을 내주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 마음고생이 더했다. 김사율은 "돌이켜 보니 너무 쉽게 공을 던진 것 같다"며 "타자와 승부를 어렵게 할 때도 있고 쉽게 갈 때도 있고 닥친 상황을 잘 파악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바뀐 보직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 먹긴 했지만 전반기를 되돌아보니 부끄럽기만 하다. 그는 "(정)대현이 형이나 (김)승회 등 같이 중간계투로 뛰고 있는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거듭 말했다.
마무리 시절과 견줘 압박감이 덜해 긴장이 풀린 탓일까. 김사율은 "그럴 수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내 공을 던지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고 했다.
타자와 상대할 때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하고 공격적인 투구를 하지 못하는 것이 부진의 이유다. 김사율은 "올 시즌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공을 던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부분도 컸다.
김사율은 "사이판 캠프에서부터 일찍 전력투구를 시작했다"면서 "결국은 그 때 과부화가 걸린 셈이다. 너무 의욕만 앞섰다. 일본 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실전 감각을 키웠어야 했는데 정작 그 때는 제대로 던지질 못했다. 과욕이 발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순 없다.
올스타 휴식기가 끝나면 더욱 피말리는 후반기 순위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전반기 부진했던 성적을 마음에 담아봐야 소용이 없다. 그는 "성적은 잊고 신인과 같은 자세로 임해야겠다"며 "두 시즌 동안 자리가 정해지다보니 내 스스로도 느슨해진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강조했다.
해결책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공끝에 힘이 실리고 타자와 승부에서 타이밍을 뺏는 김사율 특유의 투구 스타일을 찾으면 된다. 경험이 많은 김사율도 그런 부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는 "팬들에게도 너무 죄송하다"면서 "그래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질책도 필요하지만 격려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롯데 연패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접전 상황에서 불펜진이 버텨내지 못하고 경기 흐름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불펜의 중심이 되는 김사율, 정대현같은 베테랑 투수들이 안정적인 피칭을 해줘야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다. 김사율이 팀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후반기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것도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부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