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그의 셔츠는 여전히 붉었지만 '호랑이'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었다. 올 시즌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메이저 대회 챔피언 등극의 꿈은 내년으로 다시 미루어졌다. 타이거 우즈(38, 미국)는 12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PGA챔피언십에서 공동 40위를 마크했다. 대회 개막 전만 해도 그의 우승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허망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메이저 무관'의 설움이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우즈는 2008년 US 오픈에서 개인 통산 메이저 14번째 우승을 거둔 후 이날까지 18개 메이저대회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평소에는 제 실력을 보여주다가도 메이저 대회만 열리면 유독 작아진다.
큰 대회가 열리면 있던 슬럼프도 사라지던 전성기 때와 가장 달라진 부분이다. 우즈는 이번 대회 기간 내내 하루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 공동 40위는 지난해 마스터스와 함께 우즈가 프로 데뷔 이후 72홀을 모두 마친 메이저대회에서 기록한 최악의 순위다.
일부에서는 부상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가 스윙을 한 뒤 허리에 손을 갖다 대는 동작을 몇 차례 했는데, 부상 때문일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하지만 우즈는 "허리가 다소 뻣뻣했을 뿐 부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가끔 이럴 때가 있다"고 부인했다.
부상설이 해프닝에 불과하더라도 시간은 그의 편이 아니다. 불혹을 앞두고 있는 우즈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 올 시즌 5승을 거두고 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마스터스 4위, 브리티시오픈 6위 등 두 차례 톱10에 입상했을 뿐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메이저대회 공포증' 마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PGA 주위의 걱정이다.
다만 내년에 치를 메이저대회 코스는 그에게 익숙한 곳이다. US오프이 열리는 파인허스트, 브리티시오프 장소인 로열 리버풀, PGA챔피언십 개최지인 발할라는 그가 모두 좋은 성적을 올렸던 곳이다. 마스터스 고정 개최지인 오거스타내셔널에서는 개인 통산 4승을 거둔 바 있다.
이런저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즈는 여전히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올해 US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골프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아직 골프를 할 날은 많이 남아 있다. 메이저 우승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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