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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산체스 "레오와 승부 설렌다"


쿠바 출신 선수들 선전 기원 "하지만 우승은 내가 차지"

[류한준기자]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마이클 산체스를 볼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김 감독은 "시즌이 시작되고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고 말은 하지만 내심 새 외국인선수 산체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팀에 합류한 산체스의 몸상태가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이다.

보통 외국인선수들은 팀에 합류해서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한다. 오프시즌 동안 팀 훈련을 실시하는 한국과 달리 외국인선수들은 말그대로 휴가를 온전히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산체스는 마냥 쉬지 않았다.

카타르리그에서 뛴 이유도 있었지만 대한항공에 오기 전부터 꾸준하게 웨이트 트레이닝과 달리기를 하는 등 자기 관리를 했다. 산체스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매 시즌에 맞춰 준비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산체스의 합류로 올 시즌 V리그 코트에는 볼거리가 하나 생겼다. 바로 쿠바 출신 선수들끼리 맞대결이다. 산체스 외에 지난 시즌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역 레오, 그리고 KEPCO가 야심차게 영입한 에이데르 산체스가 모두 쿠바 출신이다.

세 선수는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산체스는 "레오, 에이데르 모두 함께 쿠바에 있는 볼리볼아카데미에서 배구를 시작했고 같이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쿠바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기 종목은 야구다. 하지만 산체스는 야구를 주 종목으로 삼기엔 키가 너무 컸다. 농구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배구가 더 끌렸다.

산체스는 "배구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쿠바에서 세 선수는 함께 땀을 흘렸다. 그러나 세 선수의 해외진출 행로는 달랐다. 산체스는 러시아로 향했고 에이데르와 레오는 각각 브라질과 푸에르토리코로 건너갔다.

산체스와 에이데르는 친구 사이다. 먼 거리에 떨어져 있었지만 가끔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다.

산체스는 "레오는 후배"라며 "아주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둘은 이미 한 차례 맞대결한 적이 있다. 산체스가 카타르리그에서 뛸 때다. 한국에서 시즌을 마친 레오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카타르팀과 계약을 맺었다.

컵 대회 결승에서 산체스는 상대팀 선수로 레오를 만났다. 결과는 산체스의 판정승. 산체스는 "당시에는 내가 레오보다 경기를 좀 더 잘하긴 했다"고 웃었다. 그는 "그러나 배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라며 "삼성화재에서 뛰는 레오는 카타르에서 본 레오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자신의 기량이 결코 밀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산체스는 "레오가 삼성화재의 우승에 큰 도움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좋은 승부를 펼쳐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라이트인 산체스와 달리 레프트로 뛰는 레오는 로테이션이 바뀌지 않는 한 산체스와 맞물려 돌게 된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공격 맞대결을 해야 한다.

산체스는 지난 8월 중순 한국에 왔다. 아내인 리사와 함께였다. 그는 "팀에서 아내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세세한 배려까지 해줘 정말 고맙다"고 했다.

한편 산체스의 한국행에 결정적인 조언을 해준 이는 따로 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던 밋차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다. 산체스는 "V리그에 대한 이야기는 그 전부터 듣긴 했었다"며 "카타르리그에서 만났던 가스파리니는 내게 '한국리그가 매우 괜찮다'고 적극 추천했다"고 전했다.

산체스는 그 전에도 한국배구와 인연이 있긴 했다. 지난 2006년 쿠바 남자배구대표팀 소속으로 월드리그에서 한국과 만났다. 당시 쿠바대표팀 주전 라이트는 산체스가 아니었다. 그는 "당시에는 백업 선수로 코트 밖에서 경기를 지켜본 횟수가 더 많았다"고 돌아봤다. 산체스는 "정말 대단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비를 하더라"고 한국 배구에 대한 첫 인상을 밝혔다.

그는 "솔직히 한국에서 뛰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마테이 카지아스키(불가리아)와 함께 현역 최고의 레프트로 꼽히는 오스마리 후안토레나(쿠바)도 산체스에게 한국행을 권유했다. 후안토레나는 오프시즌 동안 이탈리아리그에서 터키리그 할크방크로 이적했다. 산체스는 "후안토레나에게 한국에서 뛰게 됐다고 얘기하자 '잘됐다'며 축하를 건넸다"고 얘기했다.

산체스는 "레오 뿐 아니라 에이데르도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으면 한다. 두 선수와 코트에서 마주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설렌다"고 했다. 같은 쿠바 출신으로 먼 이국땅까지 와서 함께 뛰는 데서 오는 느낌이 각별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승자가 둘이 될 순 없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갈리기 마련이다. 산체스는 "우승은 대한항공이 꼭 차지했으면 한다"며 "레오는 쿠바에서 함께 운동했을 때부터 조금은 왕자병 기질이 있었다. 내가 그걸 깨주겠다"고 웃었다.

산체스를 포함해 에이데르, 레오는 모두 소속팀 훈련에 합류했다. 서로 연락은 하지 않았을까. 산체스는 "따로 연락하진 않았다"며 "다들 소속팀에 온 지 얼마 안됐고 팀 적응이 우선이다. 그래서 만날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런데 산체스와 인터뷰를 했던 13일 반가운 손님이 대한한공 체육관으로 찾아왔다. 이날 대한항공은 KEPCO와 연습경기 일정이 잡혀있었고 에이데르도 선수단과 함께 체육관에 왔다.

하지만 코트에서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팀 모두 국내선수들로만 연습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산체스는 오랜만에 옛 친구와 만나 스페인어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산체스는 "에이데르를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고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에이데르 역시 산체스와 악수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쿠바 출신 두 선수의 V리그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용인=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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