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기묘한 한 판 대결이 마련됐다. 시즌 내내 수위 경쟁을 벌였던 팀끼리의 살벌한 '우승 결정전'이 눈 앞에 다가왔다.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다음달 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40라운드 최종전을 치른다. '7번 국도 더비', '동해안 더비'라 불리며 은근히 라이벌 의식이 있는 양 팀은 역대 최고의 긴장감 높은 승부를 펼치게 됐다.
1위 울산(승점 73점)은 포항과 비기기만 해도 1996년, 2005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2위 포항(71점)은 무조건 이겨야 감동의 역전 우승을 차지한다.
양 팀은 시즌 내내 비교 대상이었다. 울산은 장신의 김신욱을 중심으로 하피냐, 까이끼로 대표되는 특급 외국인 공격진이 화려한 공격력을 뽐냈다. 외부에서 수혈한 김성환, 마스다, 한상운이 기존 전력에 어색함없이 녹아들며 순항했다. 높이를 앞세운 울산의 강력한 '철퇴 축구'는 여전했다.
포항은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보냈다. 공격 조율자 황진성의 부상까지 겹쳐 먹구름이 드리워졌지만 김승대 등 유스시스템 출신들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화수분 축구로 버텼다. '스틸타카'로 대변되는, 짧은 패스를 앞세운 점유율 축구로 승승장구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올 시즌 양 팀간 상대전적에서는 울산이 2승1무로 앞서 있다. 하지만 단판승부는 다르다. 포항은 지난해와 올해 단판승부인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특히 단기전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FA컵 결승전은 모두 연장전을 치르는 혈투였다는 점에서 무조건 강하다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최후의 일전을 앞둔 울산과 포항의 허점은 어디에 있을까, 울산은 경고누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김신욱, 하피냐의 공백이다. 196㎝의 장신 김신욱과 2선에서 빠르게 침투해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며 위력적인 슈팅을 날리는 하피냐의 부재는 울산에게 정말 속상한 일이다.
심리적으로 쫓긴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우승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27일 부산 아이파크전 1-2 역전패가 좋은 예다. 6연승을 거두다, 이기면 우승이 확정되는 부산전에서 치명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 경기 후 부산 한정국 사무국장은 "울산 선수들의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워보였다. 이겨야 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울산의 비책은 있는 자원의 활용이다. 한상운, 김승용, 고창현, 김동석, 호베르토 등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이들이 공격을 책임지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흐트러지지 않은 수비와 미드필드를 믿고 공격진을 구성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이용, 김치곤, 강민수 등 수비라인에서 골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울산의 강점이다. 홈 승률 86.1%(14승3무1패)도 믿는 구석이다.
포항은 전체적인 높이가 울산에 비해 낮다. 울산의 김신욱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힘에서도 밀린다. 힘과 압박을 앞세운 축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시즌 개막 후 11경기 무패(5승5무)를 달리다 울산을 만나서 첫 패배를 맛본 데서 양 팀 힘의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다.
왼쪽 풀백의 부재는 포항에 치명적이다. 주전으로 활약했던 김대호는 경고누적으로 빠진다. 박희철도 허벅지 부상으로 뛰지 못한다. 대안으로 신인 박선주가 대기하고 있지만 올 시즌 3경기 출전이 전부다. 큰 경기에서 황선홍 감독이 모험을 걸기에는 울산의 묵직한 날개가 부담스럽다. 종종 측면으로 뛰었던 경험이 있는 김재성의 이동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골 결정력 부재는 시즌 내내 포항을 괴롭혀왔다. 득점 부문에서 울산(63골)에 1골 뒤진 2위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전방 공격진의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가을사나이'로 불린 박성호도 지난 10월 5일 수원 삼성전 골 이후 네 경기째 침묵했다. 배천석도 7월 13일 성남 일화전 이후 잠잠하다. 포항이 제로톱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세트피스는 포항이 노리는 주요 공격 루트 중 하나다. 노병준, 이명주 등이 프리킥에 일가견이 있다. 상주 상무에서 전역한 김재성도 한 방이 있다. 또, 발밑 축구로 울산의 느린 스피드를 공략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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