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올 연말, 형을 뛰어넘는 아우가 등장했다. 원작의 감동에 현대적 감각을 더하자 그 폭발력은 더욱 커졌다. 블록버스터 뮤지컬 '고스트(GHOST)'가 한국 관객들을 홀리고 있다.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고스트'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의 영원함을 이야기한다. 죽어서도 사랑하는 이의 곁을 지키는 영혼의 이야기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공감을 일으킨다.
당초 '고스트'는 뮤지컬로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인간과 영혼의 사랑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표현할 수 있으랴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염려는 기우였다. '고스트'는 2시간 40분 동안 인간과 영혼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배우들의 열연에 환상적인 무대 연출이 더해진 결과였다. '고스트'는 '매직컬(Magical)'로 불리는 이유를 똑똑히 설명했다.
'고스트'는 최첨단 멀티미디어와 마술, 그리고 조명으로 만들어낸, 21세기 무대과학의 진수다. 사람이 문을 통과하고, 유체가 이탈되고, 편지가 제 스스로 접히는 마술적 효과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공간 곳곳에 숨겨진 9대의 빔 프로젝트는 화려한 영상쇼와 역동적인 구성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주인공 샘을 따라다니는 파란 빛의 '오토 팔로(Auto Follow)' 조명은 영혼인 샘의 특별함을 부각시킨다.
공간의 활용도 역시 이채롭다. 무대는 몰리의 집에서 순식간에 엘리베이터와 지하철로 전환된다. LED판 7000피스로 구성된 3겹 구조물은 이동하고 접히며 무대 위 새로운 배경지를 만들어낸다. '고스트'가 왜 16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시켜주는 대목이다.
무대 디자이너 롭 하우웰은 "디지털 이미지와 복잡한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생 감정 그대로와 공존할 수 없다는 통념에 대한 반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고스트'는 최첨단의 기술을 통해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남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두가지의 결합은 폭발적이다. 덕분에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색다른 감성을 원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시각적, 감각적 만족을 선사할 수 있다.
'고스트'는 상상을 초월하는 제작비를 들여 들여온 라이선스 공연이다. 소규모 뮤지컬 제작자들은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고스트'는 현실을 판타지로 형상화하며 무대 연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간 배우들의 춤과 연기력, 가창력에만 기대왔던 한국 뮤지컬계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고스트'는 음악, 대본, 안무, 심지어 무대와 의상까지 원작과 동일하게 선보이는 레플리카 방식을 채택했다. 제작진에게 재창작의 여지는 전혀 없다. 하지만 덕분에 관객들은 미국 브로드웨이와 동일한 품질의 공연을 한국에서, 한국어 대사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배우들의 맹활약 역시 눈에 띈다. '레미제라블'을 통해 뮤지컬 신인상을 휩쓸었던 '신예' 박지연은 대작 전문 배우답게 금세 무대를 장악했다. 등장 30분 만에 죽음을 맞이하는 샘 역의 김우형은 사랑하는 연인을 곁에 두고도 다가갈 수 없는 절절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정영주의 연기는 압권이다. 정영주는 작품의 유일한 '활력소'인 오다메 브라운 역을 마치 제 옷을 입은 양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수다스러운, 하지만 마음만은 착한 심령술사 오다메는 정영주를 통해 살아숨쉰다. 그의 탁월한 연기력과 가창력 역시 제대로 한몫을 한다.
이 외에도 배우 주원, 김준현, 아이비, 최정원, 이경수, 이창희 등이 출연한다. 뮤지컬 '고스트'는 오는 2014년 6월29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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