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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를 중국에 넘기다, K리그의 서글픈 현실


정상급 선수는 중국으로, 유망주는 일본으로

[최용재기자] K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라고 평가 받고 있는 FC서울의 데얀. 그가 K리그를 떠난다.

데얀이 K리그에 남긴 발자취는 실로 대단하다. K리그 최초 3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했고, 한 시즌 개인 최다골(31골)도 데얀의 기록이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141골)도 데얀의 발과 머리에서 나온 영광이다.

이런 데얀이 K리그를 떠난다. 유럽 무대로 간다면 박수치며 반겼을지 모르지만 데얀의 행선지는 옆 나라 중국이다. 중국 슈퍼리그 장쑤 세인티와 입단 계약에 합의했다. K리그 레전드 데얀이 중국 무대로 진출하는 것이다.

데얀이 어디를 가든 팬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줄 것이다. 박수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대단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는다. 데얀이 중국으로 떠나는 것을 쉽게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중국 팀에 입단하는 것은 데얀의 선택이다. 프로는 돈으로 말하고 돈에 따라 움직인다. 중국 언론은 데얀이 약 20억원의 연봉을 받을 것이라 보도했다. 서울은 더 이상 데얀을 잡을 수 없었다. 정으로 데얀의 발목을 잡을 수 없었다. 지난해에도 데얀은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팀을 찾아 떠나려 했지만 서울은 노력과 설득 끝에 데얀을 잡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 없었다.

서울 구단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의 거대 자금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K리그는 힘이 없다. 정상급 선수들은 돈에 맞춰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 K리그 레전드를 중국으로 넘기는 것이 안타깝고 비통하지만 방법이 없다. 정으로 호소하는 것은 구차해 보일 뿐이다. 데얀을 잡기 위해서 방법은 단 하나였다. 중국 팀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울은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 K리그 구단들은 갈수록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좋은 선수들이 K리그에 오래 남아있을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투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목소리는 높이지만 현실은 주머니를 잠그고 있는 것이다.

데얀과 같은 K리그 레전드를 중국으로 넘겼다면 그에 못지않은 정상급 실력의 선수가 K리그로 와야 순환이 제대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런 순환이 막힌 지 오래다. 좋은 선수는 떠나고 그만큼 좋은 선수는 K리그로 오지 않는다. 프로의 세계에서 돈으로 말하지 않는 K리그에 어떤 좋은 선수가 발을 디디겠는가.

올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 돈으로 우승컵을 샀다는 비난이 있었다. 거금을 들여 영입한 톱클래스 외국인 선수들의 화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프로팀인 이상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투자를 많이 하는 팀이 우승 가능성이 높은 것이 프로다. 돈이 없으면 우승도 없고 흥행도 없고 발전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프로다. 광저우의 우승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K리그는 언제까지 투자하지 않고 결실만 바랄 것인가. 언제까지 정에 호소하고 투지와 투혼만을 바랄 것인가. K리그 레전드로 올라선 데얀을 중국으로 넘기는 지금 이 상황이 K리그의 현실을 정확히 말해주고 있다. 서글픈 현실이다.

중국 슈퍼리그는 성장해 좋은 선수들을 데려가고, K리그에서 뛰어야 할 젊은 유망주들은 일본 J리그로 간다. 투자하지 않는 K리그는 정체할 수밖에 없다. 아니 내려갈 일만 남았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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