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드디어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 박흥식 타격코치는 지난 15일 김해공항을 통해 선수단 전지훈련 장소인 미국 애리조나로 떠났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인 캠프행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그는 "조금은 설레는 기분도 든다"고 했다.
이유는 바로 새로 영입한 외국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 때문이다. 넥센 히어로즈 타격코치 시절이던 지난 2011년 코리 앨드리지 이후 오랜만에 맞는 외국인타자다. 앨드리지는 당시 20홈런(73타점)을 쏘아올리며 넥센 타선에 힘을 보태긴 했지만 타율이 2할3푼7리에 그쳤다. 결국 재계약에는 실패했다.
박 코치는 스카우트팀과 에이전트로부터 건내 받은 영입 선수 후보군에 대한 동영상을 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는 히메네스가 아니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우타자인 후안 리베라였다. 리베라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천58경기에 출전했고 132홈런 539타점 타율 2할7푼4리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다소 나이가 많다는 부분이 걸렸지만 박 코치는 '바로 이 선수'라는 감이 왔고 무릎을 탁 쳤다. 마이너리그 성적도 빅리그와 견줘 편차가 크지 않았다. 리베라는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709경기에 나와 100홈런 484타점 타율 3할3리를 기록했다.
박 코치는 "화면으로만 봤지만 스윙과 타격폼이 간결했다"며 "다른 후보군 선수들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었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 또한 리베라를 마음에 뒀다. 또한 뉴욕 양키스, LA 에인절스 등을 두루 거친 빅리그 경험도 높이 샀다.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했지만 2012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109경기를 출전한 부분도 좋은 평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모든 일은 롯데 코칭스태프가 바라는대로 풀리지 않았다. 영입의사를 전달했지만 리베라가 한국 행을 원하지 않았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롯데는 차선책을 찾았다. 그게 바로 히메네스였다. 박 코치는 "체구만 놓고 보면 리베라보다 히메네스가 더 거포에 가깝다"고 했다. 히메네스는 메이저리그 경력은 리베로와 견줘 비교가 안된다. 리베라와 같은 베네수엘라 출신이지만 히메네스는 좌타자다. 지난 2009년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에서도 뛰었다. 리베라와 달리 아시아야구를 경험했다는 장점도 있다.
박 코치는 "영상을 통해 받은 느낌은 히메네스가 리베라와 비교해 선구안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스윙 궤적이 큰 편이라 변화구에 약점이 있을 수 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펠렉스 호세, 타이론 우즈 등 외국인타자 전성시대였던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비해 국내 투수들은 더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박 코치는 호세, 우즈 등이 활약하던 당시를 모두 지켜봤다.
외국인선수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해도 소속팀과 국내 프로야구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던 트로이 오리어리가 대표적인 경우다. 박 코치는 "히메네스를 직접 옆에서 지켜 본 게 아니지 않는냐. 단순히 영상만 보고 판단하긴 이르다"면서 "염려하는 부분과 다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히메네스와 FA(자유계약)로 온 최준석까지 있기 때문에 중심타선 보강에는 성공했다"며 "손아섭을 3번에 고정하고 히메네스와 (최)준석이를 어떤 순서로 배치할 지 이번 캠프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며 "어떻게보면 지난해와 달리 행복한 고민이 될 수 도 있다"고 껄껄 웃었다.
히메네스는 현재 미국 현지에서 개인 훈련 중이다. 그는 1월 말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롯데 선수단이 땀을 흘리고 있는 애리조나 캠프로 합류한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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