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명포수와 감독으로 활동한 요기 베라가 남긴 말이다. 비단 야구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남자 프로배구 LIG 손해보험이 치열한 3위권 순위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LIG 손해보험은 9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먼저 1, 2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세 세트를 따내 3-2 역전승을 거뒀다. LIG 손해보험은 이날 승리로 3연승 신바람을 냈다.
순위는 5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9승째(13패)를 거두며 4위 대한한공(10승 12패, 승점 32)을 바짝 추격했다. 특히 이날 승리는 지난해 12월 15일 안방에서 현대캐피탈에 당한 2-3 역전패를 고스란히 되갚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당시 LIG 손해보험은 1, 2세트를 먼저 가져가며 현대캐피탈을 코너로 몰았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역전패를 당했다. 그런데 9일 경기에서는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며 상대에게 아픔을 되돌려줬다.
현대캐피탈은 승점 1을 획득했지만 눈앞에 온 승리를 놓쳐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가 됐다. 같은날 1위 삼성화재가 러시앤캐시에게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로서는 LIG 손해보험전에서 승점 3을 얻었다면 삼성화재와 승차를 더 좁힐 수 있었다.
LIG 손해보험은 이날 현대캐피탈을 잡으며 이번 시즌 두 번째로 3연승을 달성했다. 팀은 지난 12월 19일부터 28일까지 치른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후 오랜만에 다시 맛보는 3연승의 기쁨이었다.
그런데 LIG 손해보험이 연승을 거두는 데 있어 '조연' 노릇을 한 선수가 눈에 띄었다. 신인 레프트 손현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LIG 손해보험은 현재 100% 전력이 아니다. 시즌 초반 김요한이 팀 훈련 도중 동료선수와 부딪혀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베테랑 이경수가 역시 훈련 도중 허리 통증을 호소해 전력에서 이탈했고 약 2주 동안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LIG 손해보험 문용관 감독은 "이상하게도 팀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부상 선수가 발생한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손현종은 이경수의 빈 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맡게 됐다. 손현종은 지난 1월 28일 열린 러시앤캐시전부터 본격적으로 코트에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1, 2세트 선발은 주상용이었으나 문 감독은 3, 4세트 선발 오더에 변화를 줬다. 주상용 대신 손현중을 투입했다.
손현종 투입은 성공했다. 당시 LIG 손해보험은 3-1로 러시앤캐시를 꺾었고 손현종은 서브 에이스, 블로킹 각 1개씩을 포함해 6점을 올렸다. 주포인 에드가(호주)와 김요한의 뒤를 받치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했다.
손현종은 이어 한국전력과 경기에서는 11점을 올렸다. 특히 고비마다 잡아낸 블로킹 3개가 빛났다. 서브 리시브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경수가 했던 역할을 그대로 이어 받아 팀의 살림꾼 노릇을 해낸 것이다. 현대캐피탈전에서는 크게 돋보이지는 않았으나 수비와 서브 리시브 등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는 최근 두 경기에서 팀 내 가장 많은 리시브를 기록했다. 손현종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경기 초반 무릎을 다친 리베로 부용찬이 수비 부담을 덜게 됐다.
손현종은 아직 코트에 나서는 일이 얼떨떨하다. 생각하지 않았던 출전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황을 더 단순하게 보기로 했다. 그는 "아무 생각이나 욕심 없이 코트에 나가서 집중만 하기로 했다"며 웃었다. 손현종은 "마음 속으로 '더 잘하자'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도움이 안될 것 같다"며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일중고와 인하대를 거쳐 이번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LIG 손해보험에 지명됐다.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이상 러시앤캐시)처럼 대학 3학년만 마치고 프로로 왔다. 대학코트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동기들과 함께 드래프트에 나선 점이 손해가 되지는 않았을까.
손현종은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얘기했다. 그는 "어차피 프로에 가게 되면 한 시즌이라도 먼저 경험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님도 그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고 했다. 프로 입단 동기들과 견줘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지만 이제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문 감독은 "(손)현종이가 레프트로 키가 195cm 정도인데 좀 작아서 아쉽다"고 했다. 손현종은 신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과 견줘 상체가 좀 발달한 편이라 작게 보이는 것 뿐"이라며 "신장은 197cm다. 공식 프로필에 나온 그대로"라며 다시 한 번 웃었다.
LIG 손해보험은 이경수가 전력에서 빠졌지만 당찬 새내기 레프트 자원을 발굴했다. 이경수가 회복해 코트로 돌아오면 레프트 전력이 한층 보강된다. 연승으로 탄력을 받은 LIG 손해보험으로 인해 시즌 후반기 순위 경쟁이 더 흥미롭게 됐다.
조이뉴스24 수원=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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