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타자들이 뽑아준 7점을 무의미하게 할 수 없었다." (류제국)
"동점이 되기 전까지는 바꾸지 않을 생각이었다." (양상문 감독)
LG 트윈스 류제국(31)이 8전9기 끝에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LG의 시즌 첫 3연승 등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는 승리였다.
류제국은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올 시즌 9번째 오르는 선발 마운드. 앞선 8차례 등판에서 승리 없이 2패만을 안고 있던 류제국은 이날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으나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내준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LG는 10-6으로 SK를 꺾었다.
LG 타선은 1회초 5점을 뽑아주며 류제국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러나 류제국은 1회말 3실점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다. LG가 2회초 2점을 추가, 7-3으로 앞서며 다시 류제국에게 여유를 안겼지만 류제국은 5회말 다시 3점을 내주며 어렵사리 승리투수 조건을 갖췄고, 불펜진의 도움 속에 끝내 승리를 따냈다.
류제국 스스로도 "부끄러운 경기 내용"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상적인 승리는 아니었다. 승리투수 조건의 마지노선인 5이닝밖에 채우지 못했고 안타 6개, 볼넷 3개를 허용하며 6점이나 내줬다. 하지만 이날 류제국의 승리를 단순히 운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경기 후 만난 류제국은 가장 먼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점수를 뽑아준 타자들, 리드를 지켜준 불펜 투수들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류제국은 "1승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꼈다. 타자들이 초반에 점수를 뽑아줘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는데 내가 위기를 자초했다"며 "타자들에게 고맙고, 리드를 지켜준 (이)동현이 형, (유)원상이, (정)찬헌이, (봉)중근이 형에게도 고맙다"고 첫 승 소감을 전했다.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류제국도 첫 승을 위해 혼신을 다했다. 승리가 무산될 위기를 극복해낸 것은 류제국 자신이었다. 5회말 3점을 내주며 7-6으로 쫓긴 뒤 무사 2루 위기가 계속됐지만, 필사의 투구로 동점을 막아냈다.
류제국은 "무조건 점수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래서 어렵게 어렵게 승부했다"며 "첫 승 하라고 동료들이 7점이나 내줬는데, 그 점수를 무의미하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무사 2루 위기에서 류제국은 김강민-박정권-나주환을 연속해서 범타로 돌려 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동료들이 만들어 준 첫 승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릴 수 없다는 책임감이 동점 위기를 돌파한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류제국의 첫 승에는 벤치의 신뢰도 한 몫을 했다. 크게 앞서다 턱 밑까지 따라잡힌 상황. 팀 승리를 위해서는 류제국의 조기 강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기다렸다. 5회말 위기 때는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류제국을 다독였다.
양 감독은 "동점이 되기 전까지는 바꾸지 않을 생각이었다"며 "류제국 스스로의 힘으로 이기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선수들을 믿고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양 감독은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에이스를 믿는다. 그러니 흔들리지 마라'고 말했다"며 "류제국에게 에이스라는 믿음을 주고 싶었다. 실점은 아쉽지만 고비를 잘 넘겨줬다"고 류제국의 첫 승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 동료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지 않겠다는 책임감, 그리고 사령탑의 믿음이 류제국의 첫 승을 만들어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던지겠다"고 말하는 류제국에게서 LG의 대반격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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