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 뛰 베스트11을 철저히 감추고 있다.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입성 후 전지훈련을 가지면서 단 한 번도 선발로 예상되는 이들의 이름을 거론한 적이 없다.
비공개 훈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에게 조끼를 번갈아 입혀가며 누가 확실한 주전인지를 확인시켜주지 않았다. 선수들조차 누가 주전인지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 8일 세인트 토마스 대학교 훈련장에서 만난 기성용은 "아직 선발이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10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는 주전들을 내세워 18일 러시아와의 1차전을 앞둔 최종 모의고사를 치러야 한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완벽하지 않은 몸상태로 공수 모든 면에서 난조를 보였던 기억을 털어내야 한다.
일단 튀니지전에서 보여줬던 선발진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이애미 훈련을 종합해 봤을 때는 왼쪽 측면 공격수는 누가 선발로 나설지 물음표가 붙어있다.
그동안 대표팀 왼쪽 측면 공격수는 손흥민(레버쿠젠)이 붙박이었다. 손흥민은 홍명보호 출범 후 아이티, 말리, 그리스전에서 골맛을 보며 왼쪽 날개의 주인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때문에 포지션 경쟁자인 김보경(카디프시티)이 불가피하게 후보로 밀리거나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른 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손흥민의 장점은 이미 알려진 대로 깔끔한 골결정력과 돌파력이다. 다만, 수비적인 팀을 만나면 그의 장기인 드리블이 협력 수비에 차단 당하면서 상대의 역습 기회로 이용되는 단점을 노출하고는 했다.
공교롭게도 미국 입성 후 훈련에서 손흥민의 자리에 지동원(아우크스브루크)이 주전을 의미하는 조끼를 자주 착용하고 시험을 받았다. 지동원이 올 시즌 소속팀에서 주로 조커로 활용됐다고는 하지만 단기전 승부라면 다르게 봐야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주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지동원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조커로 활용되다가 영국과의 8강전에 선발로 나서 전반 28분 골을 뽑아냈다. 플레이가 다소 투박하지만 힘을 앞세워 상대의 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나 홍 감독이 적절하게 활용해왔다.
지동원은 가나전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 2011년 6월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1골 1도움을 해내며 2-1 승리를 이끌었던 기억이 있다. 기술과 힘이 있는 가나를 상대로 다시 한 번 일을 저지른다면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를 상대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다. 홍심(心)이 누구를 선발로 염두에 뒀는지 쉽게 보여주지 않는 것도 손흥민과 지동원이 각자 가진 장점을 확실하게 꺼내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으로 보인다.
둘은 모두 주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손흥민은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전 세계에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다"라며 월드컵에 대한 강한 욕망을 표현했다. 이어 "부담감도 있지만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도 좋은 선수가 갖춰야 할 자질이다"라며 주전으로 나가면 좋은 활약을 할 자신이 있다며 강심장을 과시했다.
지동원도 물러섬이 없다. 그는 2011년 가나전에 빗대 "3년 전과 비교해 나는 물론 동료 선수들도 많이 성장했다. 나의 어떤 장점을 내세워 경기에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높이 등 내가 가진 장점이 필요할 때 경기에 나가 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자신을 어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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