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기력이 떨어진 것 같아요."
두산 베어스 오른손 투수 노경은(30)을 두고 요즘 말이 많다. 기술적인 조언부터 정신 재무장까지 충고도 다양하다. 모두가 그의 부활을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얘기다. 노경은은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년간 국내 우완 중 최고로 꼽혔던 노경은이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 갑자기 추락하자 모두가 당황하고 있다. 가장 당혹해 하는 인물은 물론 선수 본인이다.
노경은은 지난해와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고 했다. 11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그는 "나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많은 걸 잘 안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변한 게 없다"며 "사실 체력이 조금 부치는 건 사실이다. 그 외에 기술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다지 없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신있게 던진 공이 맞아나간다는 점이다. 구위 약화를 지적하는 말이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는 하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팔로만 던지는다는 것이다. 구단 내부에서는 그러나 크게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한 코치는 "사실 지난해와 2년전 한창 좋았을 때도 경은이는 팔로만 던지는 스타일이었다. 문제는 올해 들어 더 이상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요즘 투구폼을 보면 딜리버리시 스트라이드를 할 때 축이 되는 왼 다리가 흔들리는 건 사실이다. 예전에는 그래도 구위가 살아서 타자를 압도했지만 올해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몇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우선 그간 너무 많이 던졌다. 노경은은 선발 전업 첫 해인 지난 2012년 146이닝을 던져 이 부문 20위를 마크했다. 시즌을 셋업맨으로 출발한 뒤 6월이 돼서야 풀타임 선발투수로 전업해 거둔 기록이다. 시즌 개막전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면 수치는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
시즌 30경기를 모두 선발 투수로만 등판한 지난해에는 180.1이닝을 소화했다. 최다 이닝 6위에 토종 투수로는 단연 1위에 해당한다. 2012∼2013년 2시즌 동안 던진 이닝수가 무려 326.1이닝이다. 프로 데뷔 후 약 10년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그로선 후유증이 나타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럽다.
노경은도 이 부분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선발 등판하면 첫 2이닝 까지는 괜찮다가 3회부터 급격히 기력이 빠진다. 공을 던질 때 타자를 잡아먹을 자세가 돼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요즘은 내가 먼저 지쳐 허덕이는 느낌"이라고 했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31세가 된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무래도 20대 때와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달라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등판을 앞두고 실시하는 강도 높은 훈련도 역효과로 꼽힌다. 그는 "러닝을 꽤 열심히 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올해 들어서는 체력적으로 버겁다는 느낌이 든다"며 "코치님께 말씀드려 훈련 강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몸을 챙기면서 기력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 지인이 보내준 보약을 열심히 먹고 있다. 원래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편이지만 요즘에는 먹는 데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다. 올 시즌 내내 나타나는 현상인, 잘 던지다가 큰 것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도 결국은 자신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송일수 감독은 "멘탈적인 문제가 크다.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자신감을 잃고 부담감을 가지다 보니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승수를 쌓기 시작하면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가 노경은을 2군으로 내리는 대신 구원투수로 전환시킨 이유도 이 때문이다. 2군으로 강등된 뒤 회복하지 못하면 더 큰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노경은도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 회복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은 걸 안다. 하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일단 몸을 추스르면서 마음도 다잡을 계획이다.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노경은은 "아픈 데는 전혀 없다. 공 던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두산으로선 그나마 고무적인 부분이다
송 감독은 "노경은을 불펜투수로 기용하는 건 임시적인 조치다. 상태만 좋아진다면 언제든지 다시 선발투수로 활용할 것"이라며 "팀 사정상 빨리 선발로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노경은의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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