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전진용은 지난 1월 삼성화재에서 대한항공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2대2 트레이드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전진용은 트레이드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당시 이적의 중심은 세터 강민웅과 황동일이었다.
진주 동명중고와 성균관대를 나온 전진용은 장신 센터로 2011-12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목을 받긴 했다. 그러나 삼성화재 입단 후 그가 맡은 역할은 한정됐다. 베테랑 고희진을 비롯해 지태환 그리고 지난 시즌 이적한 이선규까지 있었기 때문에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엔 버거웠다. 원포인트 블로커로 코트에 가끔 들어가는 게 전부였다.
대한항공에서도 그의 역할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2014 안산·우리카드 프로배구대회에서 전진용은 주전으로 나설 기회를 얻었다. 신경수가 은퇴, 진상헌이 군입대, 이영택이 부상을 각각 이유로 센터 전력에서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기회가 찾아왔다.
전진용은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는 그저 그런 평범한 성적을 냈다. 지난 20일 열린 LIG 손해보험과 맞대결에서 5점 2블로킹에 그쳤다. 무엇보다 공격성공률이 33.33%에 그쳤다. 속공은 8차례 시도해 두 번만 득점으로 연결했다. 성공률은 25%로 낮았다.
하지만 전진용은 두 번째 상대인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전에서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그는 22일 열린 경기에서 팀내 세 번째로 많은 15점을 올렸다. 블로킹 4개를 포함한 점수였고 속공은 11차례 시도해 9번을 성공했다. 전진용의 활약은 대한항공의 3-2 승리에 밑거름이 됐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전진용은 수훈선수로 선정돼 공식 인터뷰를 했다. 프로 입단 후 정규시즌과 컵대회를 통틀어 처음이었다. 그는 "감회가 새롭다"며 웃었다. 어색할 법도 한 자리였지만 전진용은 능숙하게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내심 벼르고 있었다"고 했다. 어렵게 손에 잡은 주전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다. 이번 대회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지 못한다면 정규시즌에서도 코트보다는 그동안 익숙했던 웜업존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전진용은 "팀을 이동한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삼성화재에 있었다면 제한된 역할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현재 센터 전력에 여유가 없다. 전진용의 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평소에 누구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하는 선수"라고 전진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잘하는 지는 모르겠다. 조금 햇갈린다"며 웃었다. 전진용의 플레이에 기복이 있다는 의미다. 전진용도 그 부분에 대해 감을 잡고 있다. 그는 "삼성화재 시절과 견줘 기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기에 나와 꾸준한 플레이를 선보인다면 당당히 주전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다. 그 가능성을 OK저축은행전에서 유감 없이 보여줬다.
삼성화재 시절부터 손발을 맞췄던 세터 강민웅은 "오늘(22일) 경기에서만큼은 전진용을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전)진용이에게 적극적으로 속공을 시도하게 했는데 그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사실 두 선수는 LIG 손해보험전이 끝난 뒤 숙소로 가 쉬지 않고 다시 야간운동까지 했다. 강민웅은 "그날 경기를 져서 정말 화가 났다"며 "제대로 공격이 이뤄진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진용이에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연습을 더 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두 선수는 의기투합했고 팀 연습 외에 추가로 따로 개인훈련을 했다.
결과는 좋게 나왔다. 강민웅도 "매 경기 이렇게 플레이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진용은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그 전까지 최다 기록은 삼성화재 시절이자 2012-13시즌이었던 2013년 3월 1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기록한 9점이었다.
한편, 이날 전진용의 플레이를 관중석에서 지켜본 전 동료 신경수도 한 마디를 거들었다. 그는 "팀에서 함께 운동했을 때를 기억하고 있지만 열심히 연습하고 성실한 후배였다"라며 "아마 앞으로도 점점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거라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조이뉴스24 안산=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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