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과연 노희경은 노희경이었다.
지난달 31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1분의 엔딩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찡한 감동을 안겼다.
이 날 방송에서는 베일에 싸였던 한강우(디오 분)의 정체가 밝혀졌다. 한강우는 장재열(조인성 분)의 눈에만 보이는 장재열의 어린 시절이자 그의 또다른 자아였다. 항상 장재열의 곁에서 그의 열혈팬이라 자청하며 장재열을 응원하고, 자신의 소설을 읽어달라 외쳤던 한강우의 불우한 가정환경은 장재열 본인이 잊고 싶어했던 과거의 기억이었던 것.
맨발에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자신을 찾아온 한강우에게 "아버지가 때리면 도망가랬지"라고 소리지르며 눈물날 정도로 매몰차게 대했던 장재열은 한강우의 전화에 다급하게 달려간다.
밝은 얼굴의 한강우는 "제가 엄마한테 달려드는 아버지를 한 대 쳤어요, 남자답게, 겁 안내고"라고 신나게 장재열을 향해 달려온다.
그러나 한강우는 이내 "아버지가 놀라서 집을 나갔어요, 코피가 나서"라고 고개를 숙이며 "절 만만하게 보지 못할 거예요. 제가 했어요. 겁 안내고 아버지를"이라 울먹이자 장재열은 한강우의 축 처진 어깨를 꽉 안아주며 "넌 아버지를 친 게 아니야. 폭력을 막은 거야"라고 다독인다.
한강우가 남몰래 좋아하는 여학생의 집을 찾아갔던 장재열은 한강우와 함께 넓은 도로를 뛰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한다. 두 사람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는 표정을 한 채 함께 뛰고 있다. 그러나 이내 도로 위에는 장재열 혼자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엔딩이었다. 노희경 작가이기에 가능한 반전의 1분이었다. 어른이 된 장재열 안에는 성장을 멈춰버린 어린 장재열이 있었다. 잊고 싶은 끔찍한 과거의 기억은 장재열 곁에 한강우라는 소년을 만들었다. 장재열처럼 소설을 쓰고 노란 포스트잇을 붙이는,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받는 작고 가여운 소년이었다.
노희경 작가는 정공법을 택했다. 한강우의 정체라는 패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극 초반인 4화에서 자신이 가진 패를 그대로 열어 보여줬다. 한강우의 미스터리한 정체는 이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라는 자신감마저 느껴지는 선택이었다.
극 초반 산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극 전개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은 4화 마지막 등장한 1분의 엔딩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노희경이 만든 장재열과 한강우는 해맑게 웃었지만, 시청자는 울었다. '괜찮아 사랑이야', 드디어 시작된 노희경의 마법이다.
조이뉴스24 장진리기자 mari@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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