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 1위 열차에 올라탄 전북 현대는 9일 성남FC와 20라운드를 치른다. 지난 6일 수원 삼성과의 19라운드에서 명승부를 치르며 3-2로 승리해 8경기 무패(5승3무)로 무서운 질주를 하고 있는 전북이다.
성남전에서는 이동국(35)이 왼쪽 발목 염좌 부상으로 빠진다. 큰 부상은 아니고 1~2경기 정도 쉬어가는 수준이다. 이동국도 기자에게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잖아요"라며 멀리 보는 여유를 드러냈다.
이동국은 현재 'K리그의 살아있는 역사'다. 그가 넣는 골은 모두 K리그 통산 개인 최다골 신기록이다. 163골 60도움, 그야말로 경이로운 기록이다. 전북이 8경기 무패를 기록하는 동안에도 4골 5도움을 해내며 팀의 주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놀라운 결정력과 집중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 시즌 전북은 이동국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이동국은 위치와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골을 터뜨리며 분석이 힘든 활약을 하고 있다. 전반 5골, 후반 4골로 전후반 골 비율도 이상적이다. 오른발 4골, 왼발 2골, 머리 3골을 기록 중이다. 온몸이 다 골 넣는 병기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이다.
게으르고 정적이라는 해묵은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박스 안의 전지역에서 골을 넣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 구분없이 골을 넣은 지역이 고르게 분포된다. 볼의 방향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념이 돋보이는 것이다. 심장 떨리는 페널티킥도 두 골이나 넣으며 절정의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이동국의 일관된 골 흐름은 사실상 전북에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하기 전까지의 시즌 두자릿수 골은 1998년 포항 스틸러스 데뷔 당시 11골, 2003년 광주 상무에 입대해 만든 11골이 전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 이적과 부상 등 그를 둘러싼 수많은 굴곡들로 꾸준히 일정 수준으로 골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데 2009년 전북 유니폼을 입으면서 이동국은 되살아났다. 2009년 22골을 시작으로 2010년 13골 3도움, 2011년 16골 15도움, 2012년 26골 6도움, 2013년 13골 2도움 등 두자릿수 골은 기본이 됐다. 한 물 간 것 같았던 이동국을 원톱으로 놓고 활용하는 최강희 감독의 안목이 옳았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동국은 나이가 먹을수록 더 농익은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에서만 무려 99골을 터뜨렸다.
다른 팀이 바라보는 시선에서 이동국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K리그 한 구단의 감독은 "이동국의 골 장면을 비디오로 분석하면 놀랄 때가 있다. 발로 넣는 골의 힘이 상당히 좋다. 이는 허벅지 근육 운동을 충실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몸의 축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허벅지가 버텨주기 때문이다"라고 이동국을 분석했다. 하체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골들이라는 이야기다.
이어 "볼이 올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공간을 선점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게으르다는 이미지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종과 횡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에 혼란을 가중시킨다"라며 이동국을 알고도 못막는 이유를 전했다.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순간까지 그라운드에서 뛰겠다는 것이 이동국의 목표다. 이동국에게는 지겹도록 '언제 은퇴할 것이냐',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이런 질문들은 이동국에게 식상하다. 그는 2년 전 기자에게 "은퇴와 함께 축구화 끈을 풀었을 때 남는 기록이 목표 아니겠느냐"라며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알아서 선수 생활을 설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이후 기자는 이동국에게 비슷한 종류의 질문은 건네지 않고 있다.
회복력이 빠르기 때문에 오래 뛸 수 있는 자신감도 있다. 이동국은 경기를 뛴 뒤 "피로 회복이야 하루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반복한다. 한 경기를 뛰고 2~3일 동안 어려워하는 후배들이 들으면 얄미울 정도의 여유다.
지난해 전북이 봉동 클럽하우스를 최신식으로 개관하면서 이동국의 선수 생명은 더 길어지게 됐다. 새 클럽하우스는 수중 치료실 등 첨단 장비와 시설을 갖췄다. 이동국이 부상에도 큰 걱정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전북의 개선된 환경이다. 전북 관계자는 "갖춰진 시설을 누구보다 열심히 이용한다. 부상을 당해도 자기 관리가 철저하니 회복이 빠를 수밖에 없다"라고 놀라워했다.
더 이상 외적 변수에 시달리지 않는 이동국이다. 국가대표에 대한 아쉬움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우승 실패도,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버린 지 오래다. 오직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길만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또 어떤 일이 그에게 벌어져 있을지 더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동국이 걸어가고 있는 놀라운 길을 그저 감탄하며 지켜볼 뿐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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