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야구팬이라면 이택근(넥센)과 김주찬(KIA)이 총액 50억원에 FA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에 놀란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또 달라졌다. '평균'이 50억원이다.
강민호(롯데)가 지난해 역대 최고액인 75억원에 계약했다는 소식 역시 놀라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최정(SK)이 86억원을 받기로 했다. 윤성환(삼성)도 80억원에 계약했다. 장원준은 롯데의 88억원 제안을 거절하기까지 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FA 시장의 현주소다. 새로운 기록이 끊이질 않는다. 최정은 역대 최고액, 윤성환은 투수 역대 최고액, 안지만은 불펜 투수 역대 최고액(65억원)을 기록했다. 조동찬(삼성)-조동화(SK)의 '첫 형제 FA 계약'은 귀여운 정도다. 장원준은 또 한 번 역대 최고액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 된다.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최종일이던 26일에만 총 8명의 FA 선수들이 계약을 맺었고(잔류), 총액이 395억5천만원을 기록했다. 평균으로 따지면 49억4천300만원. 거의 50억원에 이른다. 가장 작은 규모의 계약을 맺은 김경언(한화, 3년 8억5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평균 몸값은 55억2천800만원이다.
FA 시장이 제동장치를 잃었다. 구단의 발표 금액을 그대로 믿기도 어려울 정도다. 선수의 부담감, 사회적 비난을 두려워해 계약 규모를 축소해 발표하는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 FA 시장은 지난해 기록한 총 523억원(15명)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아직 11명의 FA 선수들이 남아 있다. 이들은 각자 부푼 꿈을 안고 시장에 나왔다. 남은 이들 가운데 최대어는 단연 장원준이다. 롯데의 88억원 제안을 뿌리쳤다는 것은 더 많은 몸값을 보장하는 곳이 있다는 뜻. 벌써부터 LG, 한화 등 장원준을 원하는 구단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1억원이 우스운 금액이 됐다. 지방의 모 구단 관계자는 "한 경기 만원 관중이 들어차야 1억원의 입장 수입이 생긴다"고 말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팀 당 128경기 씩을 치렀다. 그 중 홈 경기는 64경기다. 한 시즌 동안 홈에서 열리는 모든 경기가 매진돼 봐야 선수 한 명의 몸값으로 모두 빠져나가는 셈이다. 빅마켓 구단의 경우 매진 시 입장 수입이 더 많겠지만, 선수 몸값으로 많은 지출이 발생하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선수들 몸값이 천정부지다. 1999년 FA 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이강철(현 넥센 수석코치)이 해태에서 삼성으로 옮기면서 맺은 계약 조건이 3년 간 8억원이었다. 최정이 86억원에 도장을 찍었으니 10배 이상 시장 규모가 커진 셈이다. 그 사이 프로야구의 인기, 경기 수준도 발전했지만 아직 국내 구단들은 선수들의 고액 몸값을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FA 선수들의 몸값 인플레이션을 통해 FA 제도의 개선점이 여러가지 눈에 들어온다. FA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오히려 공급을 늘려 몸값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템퍼링(사전접촉)이 공공연한 현실 속에 의미가 없어진 우선협상 기간도 폐지하든 보완을 하든 손을 볼 필요가 있다.
구단들에 양심과 자정 노력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선수 몸값에 거품이 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성적을 위해서는 기량이 검증된 선수 영입에 나서야 하는 것이 구단들이 처한 현실이다. 템퍼링도, 극단적인 베팅도, '안하면 우리만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폭주하는 FA 시장에 제동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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