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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의]번번이 아쉬운 강정호의 수상 소감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수상 후 단상 올라 "감사합니다" 한 마디뿐

[정명의기자] 처음엔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로도 계속됐다. 강정호(넥센)의 성의없는 수상 소감 이야기다.

강정호는 지난 9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단상에 올랐다. 황금장갑 트로피와 꽃다발을 전해받은 강정호는 마이크 앞에 서며 수상 소감을 말했다.그런데 강정호의 소감은 "감사합니다" 한 마디가 전부였다.

강정호의 짧은 수상 소감은 지난해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처음 나왔다. 2012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자가 된 강정호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단상을 내려갔다. 처음이라 신선한 감도 있었고, '짧고 굵다'라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강정호의 "감사합니다"라는 말뿐인 수상 소감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있었던 시즌 MVP 시상식에서도 강정호는 장타율 부문 타이틀홀더로 단상에 올라 "감사합니다"라고만 말하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또 그랬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비시즌 중 열리는 프로야구 최고의 축제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한 시즌을 결산하는 뜻깊은 자리다. 점점 그 규모도 커지고 팬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도 수많은 팬들이 직접 시상식장을 찾아 황금장갑의 주인공들을 지켜봤고, 지상파 TV 생중계도 있었다.

단상에 오르는 수상자들에게는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뜻깊은 상을 수상한 선수들이 과연 어떤 말을 할 지 듣고 싶어서다.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이들의 입에서는 때론 감동적이고 때론 교훈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몇 해 전 수상의 기쁨에 펑펑 눈물을 쏟던 선수를 보고 많은 이들이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팬들은 수상자들의 진심어린 소감을 듣고 싶어한다. 수상 소감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강정호는 그런 수많은 이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몇 번이나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물론 강정호가 말한 '감사'에는 모든 의미들이 함축적으로 포함돼 있을 수 있다. 가족들, 넥센의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팬들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는 말이다. 또한 강정호만의 특색 있는 소감이라고 봐줄 수도 있다. 틀에 박힌 진부한 수상 소감보다는 차라리 짧고 굵은 것이 낫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성의가 없어 보였다. 특히 이날 강정호는 골든글러브 투표 유효표 321표 중 305표를 획득하는 압도적인 지지로 수상자가 됐다. 최다득표의 영예도 강정호의 몫이었다. 그만큼 누가 봐도 올 시즌 유격수 부문 황금장갑의 주인공은 강정호였다. 스스로도 모를 리 없었다. 충분히 수상 소감을 준비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강정호의 소감은 그의 한 마디를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이날 삼성 박석민은 데뷔 11년 째를 맞아 처음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3루수 부문 수상자가 된 것.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마이크 앞에 선 박석민은 미리 준비한 듯 가족들을 포함해 그동안 고마웠던 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지루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박석민의 수상 소감에서는 진지함과 진심이 묻어났다.

박석민 뿐만이 아니다. 이날 수상의 영예를 안은 선수들은 모두 나름대로 의미있는 메시지들을 전했다. 손아섭(롯데, 외야수)은 어머니 생신 선물을 언급했고, 박병호(넥센, 1루수)는 팬들에게 받은 감동을 전했다. 서건창(넥센, 2루수)은 이종범 해설위원을 동경하며 야구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던 어린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신혼여행으로 불참한 양의지(두산, 포수)까지 영상을 통해 소감을 전해왔다.

강정호는 조만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다. 따라서 이날은 강정호에게 당분간 한국에서 참가하는 마지막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수상 소감이 더더욱 아쉬움을 남긴 이유다. 아직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큰 일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말을 아낀 것이기를 바라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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