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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이러다 8강에서 중국 만나는거 아닙니까?


한국, A조 2위로 8강 가면 중국과 격돌 가능성

[최용재기자]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한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와 유행어를 잠시 빌리고자 한다.

한 후배가 물었다. "선배님, 이러다 한국이 8강에서 중국과 만나는 거 아닙니까?"

이 한 줄의 질문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 결정적인 것은 중국이 두려운 상대라는 뉘앙스가 묻어 있다는 점이다. 즉,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이 중국을 만난다면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왜? 중국이 아시안컵에서 파죽지세의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조에 속한 중국은 예선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1-0으로 이기고, 2차전에서 강호 우즈베키스탄도 2-1로 무너뜨렸다. 중국은 2연승을 챙기며 남은 3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B조 1위를 확정지었다. 중국은 11년 만에 아시안컵 8강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또 알랭 페랭 감독이 이끄는 중국 대표팀의 체질이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A매치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예전의 중국이 아니라는 말이다. 더 이상 아시아의 변방 중국 축구가 아니라는 의미다.

B조 1위 중국은 8강전에서 A조 2위와 만난다. A조는 나란히 2연승을 거둔 한국과 호주가 마지막 3차전에서 조 1위를 결정짓는다. 승자가 A조 1위가 되고, 패자는 2위가 돼 B조 1위 중국과 8강에서 격돌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이 호주를 꺾고 반드시 A조 1위를 차지해 중국을 피해야만 한다는 뉘앙스도 담겨 있는 질문이다.

지난 두 경기에서 8골을 폭발시키며 2연승을 거둔 호주의 상승세는 무섭다. 지난 두 경기에서 가까스로 승리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호주는 게다가 이번 대회 개최국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한국이 A조 2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과 만나게 된다. 한국의 4강 진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걱정 역시 질문 속에 내포돼 있다.

역시 그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에서 유행어를 잠시 빌려와 후배에게 답을 주려고 한다.

"야 이 한심한 놈아, 근데 뭐? 뭐 없어."

중국 축구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중국 축구의 발전, 성장은 물론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중국 축구가 아무리 진화했다고 해서 단번에,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달라지지는 못한다. 즉, 중국 축구의 성장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한국 축구가 두려워할 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축구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하고,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고전한다고 해서 중국 축구를 두려워하고, 중국을 피해야할 만큼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정작 두려워해야 할 이는 한국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다. 개최국 호주보다 한국이 상대하기 낫다고 중국은 생각할 수 있겠지만,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나 호주나, 개그 프로의 또 다른 유행어를 하나 더 빌리자면 '도찐개찐'이다. 중국이 8강을 넘어 4강에 오르는 기적을 바라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한국을 결코 만만히 볼 시대는 아직 아니다.

중국이 갖고 있는 공한증, 이미 한 번 깨졌지만 완전히 깨지지는 않았다. 한국은 지난 2010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0-3으로 패했다. 이 패배가 한국 축구 역사에서 중국에 당한 첫 패배였다. 분명 한국은 중국에 졌다. 그렇지만 한 경기 졌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한국이 브라질을 한 번 이겼다고 해서 두 팀의 수준이나 역사와 전통이 바뀌지는 않는다.

한국이 중국과 싸운 역대 전적은 29전 16승12무1패다. 한국이 아시아 팀 중에서 이렇게 압도적인 전적을 가진 상대는 드물다. 그만큼 한국대표팀은 중국전 승리 방식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중국은 자신들은 부정할 지 모르지만 한국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일방적인 전적은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중국이 최근 A매치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물론 무패 행진은 팀의 사기를 높인다. 그런데 중국이 무패 행진을 달리는 동안 만난 상대들을 살펴보자.

FIFA(국제축구연맹)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A매치를 따지면 중국은 9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5승4무다. 지난해 6월 말리에 1-3으로 패배한 후 쿠웨이트(3-1 승), 요르단 (1-1 무), 태국(3-0 승), 파라과이(2-1 승), 뉴질랜드(1-1 무), 온두라스(0-0 무), 팔레스타인(0-0 무), 사우디아라비아(1-0 승), 우즈베키스탄(2-1 승)을 내리 이겼다.

중국의 상승세를 절실히 느낄 만한 상대가 없었다. 중국의 위용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압도적 강팀이 없었다. 게다가 아시안컵 경기를 치르기 전 가진 7경기는 모두 중국의 홈 경기였다. 홈에서 열린 7경기에서 중국은 3승4무를 거뒀다.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처럼 '뭐 없다'다.

물론 중국을 얕봐서도 안 되고,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더욱 신중하게 상대해야 한다. 그리고 8강에서 한국이 중국을 만나 질 수도 있다. 축구는 모르는 일이고, 중국이 계속 파란의 주역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8강 대진이 결정되기도 전에, 중국이 강하다며, 중국이 달라졌다며, 이전의 중국이 아니라며, 중국을 피해야 된다고 하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자, 소득 없는 힘 빼기다. 언제부터 중국 축구가 한국 축구에 두려움의 대상이 됐는가. 한국 축구가 최근 하락세를 겪기는 했지만 너무 멀리 갔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은 8강에서 중국을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이다. 만나면 더 좋을 수도 있다. 한국이 전진하는데 중국은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아무리 중국 축구가 발전했어도 한국 축구에 있어서 중국은 그런 상대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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