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 '등번호1' 이우민.
신인 선수나 이적 선수가 아니다. 지난 시즌까지 이승화로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다.
이승화는 이름을 우민으로 바꿨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거나 입었던 이들 중에는 유독 개명 사례가 많다. 이우민도 8번째에 해당했다.
이름은 바꾼 이유는 단 한가지다. 분위기를 바꿔보고 '이제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마음 속 깊이 새기기 위해서다.
이우민은 올 시즌에 프로 15년 차를 맞는 베테랑이다.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무대에 데뷔한 게 지난 2001년이다. 강산이 변해도 한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2% 모자람…부진 원인은 심리적인 요인
이우민는 지난 2007년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했다. 75경기에 나와 거둔 성적이다. 규정타석에는 모자랐지만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는 수비 실력 만큼은 신인 시절부터 인정을 받았다. 수비 센스도 뛰어나고 발도 빠른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상위 타선의 연결 고리 노릇을 하거나 리드 오프 후보로 늘 꼽혔다.
주전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나이가 들고 연차가 늘어나면서 마음도 급해졌다. 이우민에겐 지난 2013년이 늘 아쉬웠다.
당시 롯데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주찬이 KIA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동시에 외야 한 자리가 비었다. 팀을 맡고 있던 김시진 감독은 여러 후보를 저울질 하다 김문호를 선발 좌익수로 낙점했다.
그런데 김문호가 시즌 초반 덜컥 부상을 당했다. 제2옵션인 이우민이 퓨처스(2군)에서 '콜업' 됐다. 그는 물만난 고기 마냥 신나게 배트를 휘두르고 그라운드를 뛰어 다녔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해 8월 10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주루 도중 부상을 당했다. 결국 시즌을 조기에 접었다.
지난 시즌에도 비슷했다. 1군에 올라와 자리를 잡는가 싶으면 어김 없이 부상이 찾아왔다. 이우민은 "돌이켜보면 너무 조급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는 '풀타임 출전'
이우민은 지난 시즌 44경기에 나오는 데 그쳤다. 타율은 2할2푼5리였다. 박흥식 전 타격 코치(현 KIA 타격코치)는 이우민을 두고 "퓨처스에서 뛰면 안되는 선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우민은 퓨처스에서 펄펄 날아다닌다. 그런데 1군에만 오면 방망이가 풀이 죽는 경우가 많았다. 박 코치는 "타격이 어느 정도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1군 외야 한자리에 붙박이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했다.
이우민도 그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항상 타격에서 2% 부족했을까. 기술적인 부분 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 커 보인다.
이우민은 "1군에서 뛸 때 항상 스스로 쫓기는 느낌이 들었다"며 "성적이나 제기량을 선보이지 못하면 다시 퓨처스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말했다.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노려서 때린다기 보다는 단순히 맞추는데 급급했다. 이우민은 "그런 마음을 정말 올 시즌에는 버릴려고 한다"고 했다.
이우민은 2일 대만으로 떠났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있어야 할 선수가 한참 나이 어린 후배들과 함께 퓨처스 전지훈련에 참가한 것이다. 발목을 수술했기 때문에 애리조나 캠프 명단에선 일찌감치 빠졌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하지는 않는다. 현재 상태는 평상시와 견줘 80~90% 상태다. 김해 상동구장에서 후배들과 마찬가지로 수비, 타격, 런닝 훈련을 소화하는데 무리는 없다.
이우민은 "다른 목표는 없다"고 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 타임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게 그가 가진 목표이자 바람이다. 이우민이 한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뛴 건 지난 2009년이다. 그는 당시 109경기에 출전했다.
또 하나 목표가 더 있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돌이켜보면 매년 다쳤다"면서 "부상이 없어야 풀타임 출전을 노릴 수 있지 않겠냐"고 웃었다. 이름을 바꾼 것도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한편 이우민은 선배 장성호(현 kt 위즈)에게 양보했던 등번호도 다시 되찾았다. 지난 시즌 달았던 51번은 후배 이웅한(투수)이 사용한다. 다시 사용하게 된 등번호 만큼이나 올 시즌 느낌은 좋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이겨내고 롯데 외야 한자리를 꿰찰 이우민을 기대해본다.
조이뉴스24 김해=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