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눈부신 투수전이 펼쳐졌다. '전국구 에이스' NC 다이노스 손민한(40)과 '84억원의 사나이' 두산 베어스의 장원준(30)이 멋진 투수전을 연출했다.
손민한과 장원준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치며 나란히 호투를 펼쳤다. 손민한은 6.2이닝 6피안타 3실점, 장원준은 7이닝 9피안타 2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결과는 두산의 4-1 승리. 하지만 두 투수는 승패를 떠나 멋진 승부를 연출하며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투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손민한은 2000년대 초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투수였다. 지난해까지 거둔 통산 112승이 손민한의 가치를 설명해준다. 손민한과 정확히 10살 차이가 나는 장원준 역시 롯데 시절이던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0승을 올리는 등 통산 85승을 거둔 선수. 올 시즌을 앞두고는 계약 당시 역대 FA 투수 최고액이었던 84억원에 두산으로 이적했다.
경기 전 김경문 NC 감독은 "손민한은 (불펜에서) 연투하는 것보다 5일 씩 쉬고 (선발로) 던지는 것이 팀으로 볼 때 낫다고 판단했다"며 "지난 시즌 끝나고부터 선발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손민한은 시범경기부터 호투를 거듭하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장원준의 한결같음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표정도 그렇고 한결같은 선수다. 표정도 웃는지 안 웃는지 모르겠다"며 "감독이 되고 전화를 걸었는데도 무뚝뚝한 말투로 '아, 예. 제가 먼저 전화드렸어야 하는데'라고만 말하더라. 내가 할 말이 없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장원준의 무뚝뚝함에서조차 믿음이 느껴진다는 말투였다.
손민한은 관록이 느껴지는 투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1㎞에 불과했지만 슬라이더, 투심, 커브 등 다양한 구종과 완급조절을 통해 실점을 최소화했다. 1회부터 3회까지 매 이닝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1·2회에는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3회말 민병헌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지만 4회부터 6회까지는 9타자를 연속 범타로 처리하는 위력투를 선보였다.
손민한에게는 7회말이 아쉬웠다.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안타를 내준 뒤 투아웃을 잡아냈지만 오재원에게 우월 투런포를 허용한 것. 1-1 동점에서 1-3이 되자 김경문 감독은 손민한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위기는 오히려 장원준이 많았다. 하지만 장원준 역시 손민한 못지 않은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1회초 2사 1·3루, 2회초 2사 2·3루, 4회초 2사 2·3루위기를 연거푸 넘겼다. 5회초 모창민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허용한 뒤 이어지는 1사 1,3루 역전 위기에서도 실점을 하지 않았다.
장원준은 6회초를 삼자범퇴로 끝낸 뒤 7회초 테임즈의 2루타로 2사 2루에 몰렸지만 추가점을 내주지 않았다. 장원준이 제 몫을 다하자 두산 타선은 7회말 오재원의 투런포, 양의지의 솔로포로 3점을 뽑아내 4-1을 만들며 장원준에게 승리 요건을 안겼다.
경기는 그대로 두산의 4-1 승리로 끝났다. 장원준은 승리투수가 되며 성공적인 '두산맨 데뷔전'을 치렀다. 안타를 9개나 맞았지만 최고 시속 144㎞의 빠른공에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진 효과적인 투구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관록투를 펼친 손민한 앞에서 장원준은 자신의 몸값을 확실히 증명해냈다.
조이뉴스24 /잠실=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