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반기 내내 구단의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경기로 부진에 빠져 있던 울산 현대가 FA컵 4강 진출을 계기로 달라질 수 있을까.
울산은 22일 성남FC와의 FA컵 8강전에서 연장 혈전을 벌여 2-1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클래식에서 10위(승점 23점)로 밀려 있는 상황에서 얻은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후반기 어떻게든 반등을 이뤄내야 하는 처지에서 FA컵 선전을 통한 결집 효과가 필요했다.
일단 FA컵 4강 티켓 확보는 생각이 많았던 윤정환 감독의 안정화에 기여했다. 그동안 윤 감독은 팀내 불화설 등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다. 아니라고 부인을 하며 선수단을 다독였지만, 울산의 경기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주전 공격수 김신욱이 잔류로 가닥을 잡은 것도 윤 감독에게는 짐을 더는 일이다. 물론 유럽 이적 시장이 8월까지 열려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만약 국내 이적 시장이 문을 닫은 뒤 김신욱이 나가게 되면 선수 관리에 허점을 보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단 FA컵 8강전 승리로 성과물을 낼 가능성을 만들었다. FA컵 우승 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티켓을 확보한다. 정규리그 성적이 엉망이어도 FA컵 우승을 통해 아시아 무대로 나가면 윤 감독의 불완전한 지도력도 어느 정도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 K리그 1년차 사령탑이라는 점도 참고 가능한 조건이다.
윤 감독은 "선수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뛰었다"라며 성남전에서 사력을 다해 승리를 얻었음을 강조했다.
물론 아직도 불안 요소는 존재한다. 단판 승부인 FA컵과 정규리그의 성격 차이 때문이다. 단판 승부는 연장전과 승부차기라는 반전 요소가 있지만, 정규리그는 다르다. FA컵 4강 진출을 원동력으로 삼지 못하고 계속 무승부나 패배에 그치게 될 경우 그나마 있던 믿음도 흔들릴 수 있다.
향후 울산의 대진도 만만치 않다. 성남과 리턴매치를 시작으로 FC서울,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수원 삼성 등이 기다리고 있다. 동아시안컵 휴식기에는 김승규, 김신욱, 임창우, 정동호 등이 A대표팀에 차출된다.
이들이 빠진 상황에서도 경기력이 개선된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팀의 틀이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성남전 두 골도 김태환과 코바의 개인 능력에서 얻어낸 것이었다. 성남의 수비를 쉽게 뚫지 못했다. 연장전이 없었다면 1-1 무승부로 끝났고 울산의 경기력에도 여전한 물음표를 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윤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김신욱, 양동현 장신 투톱 공존에 고민을 거듭했다. 더 좋은 성적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을 활용하는 경기력 개선이 급선무다. 선수들이 알아서 자신감을 얻기 바라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윤 감독의 독려를 통해 팀 전력의 상승세를 이끌어내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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