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전북의 최철순 중앙 미드필더 카드는 적절했던 한 수였다.
전북 현대는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감바 오사카(일본)와 경기를 치렀다. 원정 2차전을 편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승리라는 결과가 중요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예상치 못한 승부수를 던졌다. 측면 수비수인 최철순을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전북 관계자는 "선수 매니저가 감바전에서 깜짝 놀라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 최철순의 변신이 깜짝 놀랄 일이었던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철순의 위치 이동은 감바의 최전방 공격수이자 일본 국가대표인 우사미 다카시를 막기 위함이었다. 우사미의 기민한 움직임을 최철순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붙잡아 상대 공격의 접점을 지운다는 의도였다.
'최투지'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최철순의 체력은 전북에서도 최정상권이다. 우사미에게 오는 볼은 무조건 잘라 감바가 수비적으로 물러서지 않고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게 만든다는 것이 전북의 전력이었다. 그렇게 되면 감바의 수비와 미드필드 간격이 벌어져 전북의 공격 루트를 확보하는 부가 효과까지 노리겠다는 것이 최철순의 이동 배치 목적이었다.
다양한 포지션 소화는 최철순이 갖고 있는 무기다. 지난 2007년 캐나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는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과 플랫3의 리더 역할을 맡았던 경험도 있다.
기본적으로 수비시에는 최철순이 우사미를 3m 이내에서 따라다니며 집요하게 괴롭혔다. 우사미는 최철순의 철저한 맨투맨 수비에 전방으로 쉽게 이동하지 못했고 방향 전환 자체가 어려웠다.
전북 공격시에는 최철순이 자신의 원포지션인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해 중앙으로 볼을 배급하는 역할도 해냈다. 전반 45분에는 이동국의 머리에 정확히 가로지르기(크로스)를 배달해 헤딩 슈팅으로 마무리짓게 만들었다.
후반에는 최철순과 김기희가 자리를 바꿨다. 중앙 수비수인 김기희가 측면 수비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변화였다. 최철순은 19분 감바의 역습에서 절묘한 볼차단으로 실점 위기를 막는 등 부지런함을 보여줬다. 우사미는 최철순이 멀어지고 난 뒤인 후반 25분에서야 첫 슈팅을 시도했고 40분에 교체됐다. 얼마나 최철순의 방어 능력이 뛰어났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전북은 수비 면에서는 최철순 효과를 보며 실점 없이 막아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오지 않아 골을 넣지 못하면서 0-0으로 비기고 말았다. 승리를 얻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2차전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방식으로 감바를 괴롭히며 승리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얻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